대우일렉, 비디오콘에 매각…‘세계경영’, 인도가 삼켰다

  • 입력 2006년 9월 9일 03시 03분


국내 3위의 가전업체인 대우일렉트로닉스(옛 대우전자)가 인도의 가전업체에 팔린다.

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8일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인도의 가전업체인 비디오콘과 미국계 사모(私募)펀드 자회사인 RHJ인터내셔널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예비협상대상자에는 국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선정됐다.

인도 업체의 국내 기업 인수는 2004년 3월 인도 타타모터스의 대우상용차부문 인수 이후 두 번째로 알려졌다.

본계약 절차가 완료되면 대우일렉트로닉스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첨단가전기술의 해외 유출 우려도 나온다.

○인수가격 7억 달러 선…이달 중 MOU 체결

인도 최대 가전업체인 비디오콘은 지난해 프랑스 기업인 톰슨의 브라운관 TV 사업부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다.

톰슨사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1996년 부채 인수 방식으로 단 1프랑에 인수하려다 톰슨 직원들의 반대에 부닥쳐 실패한 가전업체.

당시 전 세계에 100개가 넘는 생산 판매법인을 보유한 대우전자는 대우그룹 ‘세계 경영’의 상징적인 회사였다.

10년 전 두 회사 간 인수합병(M&A) 협상은 실패했지만 인도 비디오콘이 대우일렉트로닉스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한배’를 탈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전은 비디오콘과 말레이시아계 네오에쿼티 펀드, MBK파트너스의 3파전으로 진행됐다.

채권단 관계자는 “네오에쿼티 펀드는 인수 제시 가격이 가장 높았으나 자금조달 능력과 인수 의지 등에서 채권단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비디오콘 측이 제시한 인수가격은 약 7억 달러(약 6650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과 비디오콘 컨소시엄은 9월 중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2개월의 실사(實査)를 거쳐 본계약을 한다는 계획이다.

비디오콘은 우리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채권단이 보유한 대우일렉트로닉스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했다.

○첨단기술 유출 우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 액정표시장치(LCD)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 분야에서 첨단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가전업계는 평가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비디오콘이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후 회사에 대한 투자는 외면하고 첨단 기술과 해외 영업망 흡수에만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비디오콘이 해외 생산기지를 충분히 확보한 만큼 대우일렉트로닉스의 광범위한 해외 판매 유통망 확보가 이번 인수의 가장 큰 목표라는 분석도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관계자는 “국내 가전업체들의 인수 의사가 전혀 없었던 만큼 해외로의 기술 유출 논란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신규 투자와 고용 보장이 남은 관건”이라고 말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