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7조 원에 이르는 높은 인수 가격과 졸속 매각에 따른 국부(國富) 유출 논란을 빚어 온 외환은행 매각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기홍 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은 8일 제주 제주시 라마다 플라자 제주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이 무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국민은행도 딜(계약)을 깰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외환은행 최대 주주인 미국계 사모(私募)펀드 론스타의 존 그레이켄 회장이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검찰 수사가 적절한 시점에 마무리되지 않으면 매각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등의 부정적인 발언을 한 데 대한 맞대응으로 풀이된다.
김 부행장은 “우리(국민은행)는 기존 인수 가격과 (검찰 수사에서 불법 행위가 밝혀지지 않는 경우 외환은행을 인수하겠다는) 조건을 동일하게 내걸었는데 론스타가 많은 것을 새롭게 요구하면 그 요구를 다 들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협상 무산으로 경제적인 손해를 보게 되더라도 국내 ‘리딩 뱅크’로서의 입장과 국민 여론을 고려해 협상을 포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한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국민은행과 론스타 모두 각각의 자문기관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는 중”이라며 “두 당사자 사이의 직접 대화는 없었고 서로의 입장이 정리된 부분도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본계약이 체결된 상황에서 론스타가 새로운 조건을 내걸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은행은 올해 3월 23일 외환은행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5월 19일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주식 4억5706만 주(지분 70.87%)를 주당 1만5200원, 총 6조9474억 원에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국민은행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 과정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불법 행위가 드러나지 않으면 인수대금을 지급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양측은 검찰 수사가 9월 이전에 끝날 것으로 보고 이달 16일을 본계약 유효 기한으로 잡았다.
그러나 검찰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입 의혹 사건에 대해 “국민은행과 론스타의 본계약 유효 시한인 16일까지 수사를 마무리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제주=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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