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얼굴’을 바꾸는 기업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
CI 제작업계에선 “88 올림픽 이후 최대 특수(特需)”라는 말까지 나온다.》
○ 상반기 상장기업 83개사 CI 교체
1960년 설립된 문구회사 모나미는 12일 문구제조업에서 유통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것을 알리기 위해 CI를 바꾼다. 1991년 이후 15년 만이다.
보일러 전문회사 경동보일러는 1일 회사 이름을 아예 경동나비엔으로 교체했다.
60년 전통의 간장회사 샘표도 지난달 CI를 바꾸며 제2의 도약을 선언했다.
국내 소주시장의 선발 회사인 진로가 6월 회사 상징인 두꺼비 디자인을 바꿨고 신무림제지는 7월에 회사 이름을 무림페이퍼로 변경했다.
올 상반기에 CI를 바꾼 상장기업은 총 83개사. 지난해 같은 기간(67개사)보다 20% 이상 늘었다.
CI 교체가 잇따르면서 상표출원도 늘어나는 추세다.
특허청에 따르면 기업의 CI 교체에 따른 상표출원은 △2003년 14개 기업 55건 △2004년 11개 기업 203건 △2005년 44개 기업 501건 △2006년 7월 말 현재 29개 기업 324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특허청 조은영 상표심사1팀장은 “국내 기업이 대부분 20∼30년을 넘어서면서 이미지 변신을 할 시점이 됐기 때문”이라며 “과거와 달리 외형보다는 이미지로 평가받는 시대여서 CI 교체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샘표 CI 작업에 참여했던 브랜드메이저의 정지원 실장은 “장수 기업일수록 현대적인 면과 젊은 감각을 강조하기 위해 CI를 바꾸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 CI의 진화… 문자에서 디자인으로
최근 교체된 기업 CI의 특징은 ‘감성’을 강조하는 게 많다는 것이다.
문자 위주에서 벗어나 소비자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디자인을 과감하게 도입한다. 글자보다는 도형의 아이콘 중심으로 바꾸고 다양한 색채를 가미해 소비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는 것. 전달 메시지도 기업들이 자신의 이념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서 벗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고객의 행복과 희망, 환경친화, 미래경영 등 서비스 개념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4월 선보인 LIG손해보험(옛 LG화재)의 ‘희망구름’이나 2월에 나온 금호아시아나의 ‘꺾쇠’가 대표적인 케이스로 꼽힌다.
LIG손해보험의 CI 작업을 맡았던 디자인파크의 손근민 실장은 “1990년대 바람이 불었던 영문 이니셜을 이용한 CI는 구체적인 이미지를 전달하기에는 미흡한 편”이라며 “글자보다는 시각물이나 도형의 아이콘을 도입한 CI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여기엔 법적 문제도 있다.
국내 기업들이 많이 쓰는 영문 알파벳 두 글자만으로는 간단하고 흔한 표장이라는 이유로 상표등록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 일관성과 독창성 겸비해야
지난해 3월 GS홈쇼핑(옛 LG홈쇼핑)은 CI를 바꾼 뒤 효과를 톡톡히 본 사례다.
CI를 바꿀 때만 해도 GS홈쇼핑은 물론 GS그룹 내에서도 효과에 반신반의했지만 지난해 매출액 5456억 원에 영업이익 760억 원으로 좋은 실적을 냈다.
CI 교체 작업이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홍익대 장동련(시각디자인) 교수는 “유행만 좇지 말고 독창성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코카콜라나 IBM처럼 할아버지와 손자가 동일한 기업 이미지를 갖도록 하면서 다른 기업과 차별화해야 한다는 것.
LG경제연구원 박정현 선임연구원도 “한국생산성본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 450여 곳 가운데 CI와 브랜드 관리 조직을 둔 곳은 16%에 그쳤다”며 “CI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투자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CI를 바꾼 주요 장수기업 | |||
회사 | 설립연도 | CI 변경시기 | CI 교체 내용 및 의미 |
모나미 | 1960년 | 9월 12일 | -회사 로고 색채 등 교체 |
경동나비엔 | 1973년 | 9월 1일 | -‘경동보일러’에서 ‘경동나비엔’으로 사명 교체 |
샘표 | 1946년 | 8월 18일 | 회사 로고 색채 등 교체 |
무림페이퍼 | 1956년 | 7월 26일 | -신무림제지에서 ‘무림페이퍼’로, 무림제지에서 ‘무림SP’로 각각 사명 교체 |
진로 | 1924년 | 6월 13일 | -회사 아이콘 두꺼비 모양 수정 |
LIG손해보험 | 1959년 | 4월 3일 | -‘LG화재’에서 ‘LIG손해보험’으로 사명 교체 |
한진중공업 | 1937년 | 4월 1일 | -회사 로고 변경 |
트라이브랜즈 | 1963년 | 3월 8일 | -‘쌍방울’에서 ‘트라이브랜즈’로 사명 교체 |
금호아시아나 | 1946년 | 2월 1일 | -회사 로고 변경 |
자료: 각 회사 |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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