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 도움 안된다” 투자자들 외면
재정경제부가 주도하고 한국증권업협회가 운영주체가 돼 2000년 3월 첫 출범할 때만 해도 다들 의욕적이었다.
코스닥 진입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들에도 스스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었으니 의도는 좋았다.
하지만 뜻대로 되질 않았다. 투자자들은 냉담했고 기업들은 “프리보드에 들어가 봐야 별 도움이 안 된다”며 외면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13일 ‘제3시장’에서 ‘프리보드 시장’으로 이름을 바꿔 달았으나 ‘버려진 시장’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양측가격 일치해야만 계약 성사
개인투자자인 회사원 정모(40) 씨. 그는 코스닥 열풍이 불던 2000년 주위의 권유로 1000만 원어치의 제3시장 주식을 샀지만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때 받은 주권(株券)을 장롱 속 어디에 처박았는지 기억도 잘 안 나네요. 팔지도 못해서 그냥 갖고 있었죠. 나중에 찾으면 아들 녀석에게나 물려주렵니다.”
정 씨처럼 프리보드에 투자했다가 거래가 안 돼 제때 팔지 못하고 속만 끓인 개인투자자들이 많다. 프리보드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95.7%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프리보드는 경쟁매매를 하는 거래소, 코스닥과 달리 양측의 가격이 정확히 일치해야만 거래가 이뤄지는 상대매매 방식을 사용해 거래가 쉽지 않다.
세금도 문제다. 거래소와 코스닥 시장의 소액주주들이 양도소득세를 면제받는 데 반해 프리보드 시장에선 일반기업 소액주주는 양도세(대기업 20%, 중소기업 10%)를 내야 한다.
○ 제3자 배정방식으로 자금 조달
정보처리 온라인업체인 ㈜쇼테크의 유석호 사장은 지난해 2월 프리보드 시장에서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시도했다가 애를 먹었다.
공모금액이 19억8000만 원이었는데 10%밖에 투자자를 모으지 못한 것.
유 사장은 “직원들과 친척, 친구들을 총동원해 ‘주식을 좀 사 달라’고 사정사정해서 겨우 증자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한국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프리보드 시장에서 기업들이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은 총 111억 원. 이 가운데 91%인 101억 원을 일반공모가 아닌 제3자 배정방식으로 조달했다. 일반 투자자들이 참여를 하지 않은 탓이다. 투자자금 조달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재경부에서 경쟁매매 전환 등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지만 프리보드가 제대로 된 시장의 모습을 갖출지는 미지수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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