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12일 “권오승 위원장이 최근 출총제의 영향을 받는 몇몇 대기업 총수를 만나 (공정위가) 출총제의 대안으로 주장하는 순환출자 금지제도의 필요성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권 위원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을 비공개로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앞으로도 각 기업 총수와의 회동을 계속할 계획이다.
권 위원장은 올해 3월 취임 직후 “출총제 등과 관련해 대기업 총수들과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김병배 공정위 부위원장은 “권 위원장 취임 초기에는 구체적인 출총제 대안이 나오지 않아 총수들을 만나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순환출자 금지가 각 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듣고 제도의 필요성을 전하기 위해 만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위원장은 “대기업들이 순환출자 금지제도를 출총제의 대안으로 받아들일 경우 어떤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지 등을 포함해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덧붙였다.
재계에서는 “출총제 대안 논의와 관련해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몰린 공정위가 각종 인센티브 및 별도의 규제 완화라는 ‘당근’으로 대기업을 설득해 여론 환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출총제 폐지와 관련해 공정위는 순환출자 금지 등 강력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치권과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등 다른 경제부처는 기업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다.
공정위의 한 간부는 “출총제와 관련된 사회적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공정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조만간 국정브리핑을 통해 순환출자 금지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네티즌과의 대화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한 편이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공정위가 출총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태스크포스의 활동이 끝나면 이른 시일 안에 (출총제 폐지를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며 연내 처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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