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에 공시된 운용 책임자는 김상백 주식운용본부장. 그러나 김 씨는 5월 중순 회사를 그만두고 투자자문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펀드 운용 책임자가 바뀌었는데도 운용사가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던 것이다. 펀드 매니저 공시에 소홀한 운용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 조사 결과 지난달 31일 현재 펀드 매니저의 이름을 명확하게 공시한 운용사는 41개 중 7개뿐이었다. 삼성투신, 미래에셋, 대한투신 등 대부분의 유명 운용사가 '팀 운용'이라는 모호한 설명으로 매니저 공시를 대신하고 있다.
● 펀드매니저 한 회사 근무기간 고작 2년 6개월
자산운용사에서 매니저의 역할 비중은 절대적이다.
특히 투자 종목을 최종적으로 선정하는 책임 매니저는 고객에게 돌아가는 수익률을 결정한다. 그런데도 운용사들이 매니저 공시를 뚜렷이 하지 않는 것은 인력 교체가 워낙 잦기 때문이다.
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에 회사를 옮긴 운용전문 인력은 128명에 이른다. 운용전문 인력이 한 회사에 근무한 기간은 평균 2년 6개월에 그쳤다. 운용성적 부진, 대표이사 교체, 제휴회사나 영업전략 변경 등을 이유로 매니저가 수시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증권전문가들은 확고한 투자철학을 가진 운용사는 펀드 매니저를 자주 바꾸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운용 책임자가 자주 교체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펀드에 대한 고객의 신뢰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펀드인 미국 피델리티의 마젤란 펀드는 지난해 부진한 운용성적의 책임을 물어 펀드매니저를 교체했다. 그러나 물러난 매니저 로버트 스탠스키의 운용 기간은 10년에 가까웠다.
제로인 우현섭 차장은 "책임 매니저가 바뀌면 펀드의 성격도 변할 수밖에 없다"며 "매니저 교체라는 중대 사실을 정확히 공시하지 않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매니저 관련 공시 의무 강화해야
부정확한 정보로 인한 불이익은 투자자 몫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형주 가치투자로 높은 수익을 올려 큰 인기를 끌었던 한국투신운용의 대표 펀드 '부자아빠 거꾸로 주식형'은 운용본부장이 바뀌면서 대형주 위주로 투자 방식이 크게 변했다.
이 무렵 운용 책임자에 대한 공시는 '대표펀드 팀'에서 '운용1-1팀'으로 모호하게 바뀌었다. 이것으로는 고객이 투자한 펀드의 운용패턴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알기 어렵다. 중소형주 펀드로 알고 가입했던 고객은 자기도 모르는 새 대형주 펀드에 투자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 당국은 "별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박원호 자산운용감독국장은 "매니저 공시를 '팀 운용' 식으로 하는 것이 공시 의무에 딱히 어긋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피델리티자산운용 김태우 전무는 "전통 있는 유명 펀드의 매니저 교체가 세계적인 뉴스가 될 정도로 매니저 정보는 중요하다"며 "이를 투자자에게 전하는 것은 운용사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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