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당시엔 은행과 비슷했던 보험사 대출금리가 지금은 1%포인트 이상 높아진 것. 대출계약을 해지하면 중도수수료를 내야 한다. 이자도 높아진다. 원금은 한 푼도 못 갚았다.
아내가 속상해 하는데도 김 씨는 저축은행에서 돈을 더 빌려 교육 여건이 좋다는 강남지역으로 이사 갈 궁리를 하고 있다. 김 씨는 “주택담보대출이 연소득의 2배를 넘었지만 지금이라도 집값이 오를 만한 지역으로 가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
본보와 한국신용정보가 공동 분석한 전국 주택담보대출 현황은 집을 사면서 금융권 돈을 쓴 대부분의 사람이 김 씨처럼 연소득보다 많은 대출을 받아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런데도 주택을 투자 수단으로 보는 성향은 여전해 신규 대출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 위험 수위 이른 주택담보대출
올해 6월 말 현재 대출 잔액 가운데 주소지 정보가 확인된 사람의 대출금액 17조990억 원은 3월 말(13조7200억 원)에 비해 3조3790억 원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1인당 주택대출금액도 평균 7262만 원에서 7719만 원으로 많아졌다.
서울 거주자의 1인당 평균 주택대출금액은 1억1000만 원으로 3월 말보다 544만 원 증가했다.
연령대별로는 50대의 1인당 주택대출금이 7711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주택을 담보로 노후 자금을 마련하려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사업비 등 생산 활동을 위해 자금을 쓸 데가 많은 40대는 전 연령층 가운데 총주택대출금액이 121조9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6월 말 현재 1인당 주택대출 규모(7719만 원)는 한국의 가구당 연간 평균소득의 2배를 넘을 만큼 많다.
그런데도 은행 보험 캐피털 등 금융회사를 통한 신규 대출이 여전히 큰 폭으로 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올해 6월 한 달 동안 신규 주택대출자 가운데 주소지가 파악된 5만7697명이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은 4조9570억 원이다. 6월 말 현재 주택대출 잔액(332조300억 원)의 약 1.5%에 해당하는 규모다.
6월의 1인당 신규 주택대출금액은 평균 8591만 원으로 올해 예상 연간 소득의 2.4배 수준이다. 서울 거주자의 6월 신규 주택대출액은 평균 1억2192만 원으로 전달보다 495만 원(4.2%) 늘었다.
국민은행 PB사업부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많은 사람이 일단 이자만 내고 원금은 나중에 집값이 오르면 집을 팔아 갚으려 하기 때문에 연소득을 크게 웃도는 수준의 대출을 받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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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막한 채무자 원금 상환
주택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대체로 매달 이자만 갚고 원금 상환은 만기일 때까지 미루는 경향이 있다.
올해 6월 말 현재 주택대출을 받은 사람 10명 중 8명은 시중은행을 통해 자금을 융통했다. 은행 대출고객은 그나마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등 제2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한 사람보다 신용이 좋은 편이다.
대출 연장도 만기 때 간단한 서류만 작성해 제출하면 대부분 가능한 편이다.
하지만 제2금융권 대출 고객(전체 대출자의 4.6%)은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가 적용돼 높은 이자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또 대출고객 10명 중 9명 이상은 변동금리 조건으로 대출받았다. 최근 시중금리 상승으로 적잖은 가계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 당국 “안심하라” vs 전문가 “대출구조 바꿔야”
금융감독원은 이달 12일 브리핑에서 “금리 상승과 주택가격 안정으로 6월 이후 주택담보대출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현 주택대출 수준에 대해 안심해도 좋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주택담보대출 비율은 독일 네덜란드 홍콩 싱가포르 등 외국에 비해 아직 낮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주택대출 기간이 외국에 비해 훨씬 짧다는 점을 불안 요인으로 꼽는다.
지금은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경쟁으로 만기 연장을 쉽게 해주지만 시중금리가 상승하고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는 등 대출 여건이 나빠지면 연장해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만기 시 제때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담보로 잡힌 집이 경매로 넘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서강대 김경환(경제학) 교수는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 같은 장기 고정금리 대출상품을 정책적으로 지원해 평균 대출 기간을 길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 어떻게 조사했나
본보와 한국신용정보(한신정)가 공동 분석한 전국 주택담보대출 및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는 은행연합회가 한신정에 통보하는 개인 신용정보를 토대로 한 것이다.
이 신용정보에는 은행 보험 카드 저축은행 등 각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은 사람의 대출금액, 만기, 금리, 연체 여부 등만 포함돼 있다.
신용정보회사는 개인별 신용등급 산정을 위해 이름, 직장, 주소지 등 개인 식별정보를 함께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각 금융회사가 개인 식별정보 제공을 꺼리기 때문에 신용정보회사는 전체 대출자 가운데 극히 일부에 대해서만 주소지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
또 은행연합회는 신용정보회사에 대출정보를 줄 때 개인의 모든 대출계좌 가운데 담보가 설정된 계좌가 하나라도 있으면 전체 계좌를 담보가 설정된 것으로 표시한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A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1억 원, B은행에서 신용대출 1000만 원, C은행에서 카드대출 500만 원을 받았다면 전체 1억1500만 원이 주택담보대출로 분류되는 체계다. 또 개인이 보증기관에서 보증을 받은 뒤 은행 주택대출을 받았다면 보증금액과 대출금액이 모두 대출금으로 잡힌다.
따라서 실제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이번 분석에서 집계(332조300억 원)된 것보다 적을 수 있다.
하지만 주택담보, 카드대출 등 여러 형태의 대출을 받았어도 주택대출의 규모가 훨씬 크고 보증기관과 은행에서 이중으로 대출금이 집계될 때 대출 인원도 그만큼 늘기 때문에 1인당 대출 규모는 실제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고 한신정은 밝혔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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