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10월 1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이사회가 한국의 가입을 결정했을 때 한국은 들뜬 분위기였다. 그러나 축제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듬해 곧바로 외환위기라는 대형 암초에 부딪히면서 휘청거렸다. 올해는 한국이 ‘선진국 클럽’이라는 OECD에 가입한 지 만 10년째 되는 해.
정부는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 등을 초청해 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OECD 10주년 기념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 순위로는 뒷걸음질
주요 경제지표 순위를 보면 한국경제는 지난 10년간 잘해야 제자리걸음, 오히려 뒷걸음질을 했다. 절대 수치는 좋아졌지만 OECD 내 순위를 보면 그대로이거나 떨어진 지표가 꽤 눈에 띈다.
경제규모를 말해 주는 국내총생산(GDP)은 1996년 10위에서 2004년 9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하지만 OECD 미가입국까지 포함하면 2004년에는 중국과 인도에 뒤진 11위였고, 지난해에는 브라질에도 추월당해 12위로 밀려났다.
구매력평가(PPP) 환율을 적용한 1인당 GDP는 1996년 1만3843달러에서 2004년 2만907달러로 늘었다. 그러나 순위는 22위에서 23위로 한 계단 떨어졌다.
가계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물가 상황은 크게 나빠졌다.
2000년을 100으로 놓은 소비자물가지수는 1994년 86.4에서 2004년 114.7로 높아졌다. 다른 회원국과 비교한 순위도 23위에서 7위로 급상승했다.
연간 근로시간은 가입 당시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1위다. 한국의 근로자들은 여전히 가장 많은 시간을 일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경제지표가 뒷걸음질을 친 데 대해 송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연구위원은 “외환위기의 후유증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외환위기 이후 각종 지표가 급락했던 것이 워낙 커서 이제 겨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정도라는 것이다.
○ 얻은 것과 잃은 것
OECD 가입에 따른 득(得)과 실(失)은 단순히 경제지표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대외 이미지와 신인도가 올라가고 다양한 국제적 현안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반면 개발도상국으로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을 포기해야 했고, 개방이 가속화하면서 국가 외적인 요인에 따라 경제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감수해야 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들에 한참 뒤처지는 상황에서 OECD에 가입하다 보니 ‘우리도 선진국이구나’ 하는 착각에 빠진 측면이 있다”며 “몸에 맞지 않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고집하면서 ‘오버 페이스’를 하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가입이 다소 성급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당시 실무작업에 참여했던 정부 관계자는 “외투가 없다고 해서 겨울이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준비 부족을 문제 삼을 수는 있지만 개방 자체는 피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이 OECD에 가입한 이듬해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둘을 연결시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권태신 OECD 대사는 올해 5월 취임하며 가진 인터뷰에서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고 말했다.
○ 남은 과제
배 연구위원은 “한국은 국제기구에 일찍 가입하려고만 했지 가입 이후 역할에 대해선 관심이 없어 보인다”며 “국제기구 안에서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은 “세계 경제 제도의 선진화와 시대 흐름에 맞는 성장정책 추구가 OECD의 지향점”이라며 “한국도 이를 파악해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OECD::
1961년 세계 경제발전과 자유무역 확대를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로 현재 가입국은 30개.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세계경제의 3대 축을 이루는 국가들이 모두 참가하고 있어 강제성은 없지만 세계 경제질서를 주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본부는 프랑스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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