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통화권은 짜증통화권

  • 입력 2006년 9월 21일 02시 55분


회사원 신모(35) 씨는 올해 7월 휴대전화를 구입하면서 무료통화권 40만 원어치를 받았다. 50만 원짜리 휴대전화를 10만 원에 판다던 대리점은 “보조금 지급이 알려지면 곤란하다”며 카드 결제 금액 50만 원의 차액을 무료통화권으로 줬다. 그러나 무료 통화는 잡음이 너무 심했고 통화 연결마저 잘되지 않았다. 참다 못한 신 씨는 지난달 한국소비자보호원에 피해 구제를 신청했다.

○ 올 상반기 354억 원어치 발행

휴대전화 무료통화권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크게 늘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20일 한나라당 서상기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정통부에 접수된 무료통화권 관련 민원은 지난해 193건에서 올해 상반기(1∼6월)에만 393건으로 크게 늘었다. 1∼8월 소보원에 접수된 상담 건수(463건)도 지난해 같은 기간(144건)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들어 민원이 크게 늘어난 것은 3월 휴대전화 보조금이 부분 허용되면서 이동통신 대리점들이 보조금의 일부로 지급하는 무료통화권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초고속 인터넷 시장의 경쟁이 가열되면서 무료통화권이 가입자 유치를 위한 판촉물로 이용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무료통화권 발행 규모는 지난해 182만 장(액면가 127억 원)에서 올 상반기 328만 장(액면가 354억 원)으로 늘었다.

무료통화권에 대한 소비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통화 연결이 잘 안 되거나 통화 품질이 떨어진다는 것. 요금도 일반 휴대전화(10초당 20원가량)에 비해 최고 수십 배나 비싸다. 사용 기간이 2∼3개월밖에 남지 않은 수십만 원짜리 통화권을 받고 미처 다 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심각한 문제는 또 있다. ‘보조금 붐’을 타고 수십 개의 영세한 업체가 난립하면서 폐업 등으로 인한 피해까지 우려된다는 것. 실제로 지난달에는 액면가 수십억 원어치의 무료통화권을 발행한 로직스드림이 폐업했다.

발행 업체가 문을 닫으면 해당 업체가 발행한 무료통화권은 ‘휴지 조각’이 된다. 전문가들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영세한 업체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질 경우 ‘무료통화권 대란(大亂)’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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