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설이 돌거나 '경영권 참여' 목적의 대량 지분매입이 이뤄지는 기업들의 주가가 연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고려대 장하성 교수가 투자자문을 맡고 있는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일명 장하성 펀드)의 등장 이후 이런 추세는 더욱 뚜렷해졌다.
●M&A 테마로 후끈 달아오른 증시
M&A는 주식시장을 달아오르게 하는 가장 강력한 테마 중의 하나다.
주가는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데, M&A가 이뤄지기 전 지분경쟁으로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면서 주가가 급등하게 된다.
전형적인 M&A 시도와는 차이가 있지만, 주주가치 제고를 표방하면서 지분 매집에 나서는 경우에도 주가는 오르게 돼 있다.
최근 경영권 공격 또는 M&A 재료가 노출된 종목들의 상승세는 폭발적이다.
장하성 펀드가 '먹잇감'으로 찍은 대한화섬은 한달 가까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5.15%의 지분 매입사실을 알린 뒤 수익률이 무려 223% 급등했다. 발표전날인 지난달 22일 6만5400 원 하던 주가가 이달 20일 21만1500 원까지 뛰었다.
태광산업도 연초 대비 수익률 44%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이 사모(私募)펀드를 통해 대량으로 지분을 매입한 샘표식품도 20일과 21일 이틀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했다.
우리투자증권과 샘표식품은 "우호적인 협력차원에서 지분매입이 이뤄졌다"고 밝혔지만 일부에선 적대적 M&A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호주계 펀드 헌터홀이 경영참여를 선언한 코오롱유화도 18일과 19일 10% 넘게 오르며 '반짝 장세'를 보였다.
증권사들의 인수경쟁설이 나돌고 있는 전북은행은 지난달 말 7000 원에서 20일 8290 원으로 9월 들어서만 18%나 올랐다. 전북은행은 1대주주인 삼양사가 지분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한진그룹 오너 2세간 지분경쟁설로 도마위에 오르고 있는 한진해운은 13일부터 7일 연속 상승세를 탔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을 수도
M&A 테마주 열풍은 당분간 식지 않을 전망이다.
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연구원은 "장하성 펀드가 불을 지핀 M&A 테마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일반투자자들이 M&A 테마에 덩달아 합류했다가 폭락의 파편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박 연구원은 "요즘 M&A 관련주들은 자본금이 적은 중소형주가 대부분인데다 거래량도 적어 뒤 따라 들어갔다가 한순간에 물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통물량이 적은 주식들은 쉽게 올라갔다가 쉽게 떨어지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M&A 테마는 주식시장의 영원한 테마인 동시에 '영원히 어려운' 테마이기도 하다"며 "순식간에 오르기 때문에 매력을 느낄 수 있겠지만 위험성이 너무 커 일반투자자들에겐 '쳐다보지 말고 잊고 지내라'고 권하고 싶다"고 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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