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조심하라. 유통물량이 적어 한순간에 폭락하면, 그 폭락의 파편을 고스란히 맞을지도 모른다.
아, 달콤살벌한 M&A株여…”》
국내 증시에 인수합병(M&A) 테마 열풍이 몰아닥쳤다. M&A설이 돌거나 ‘경영권 참여’ 목적의 대량 지분 매입이 이뤄지는 기업들의 주가가 연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고려대 장하성 교수가 투자 자문역을 맡고 있는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일명 장하성 펀드)의 등장 이후 이런 추세는 더욱 뚜렷해졌다.
○M&A 테마로 후끈 달아오른 증시
M&A는 주식시장을 달아오르게 하는 가장 강력한 테마 중의 하나다. 주가는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데, M&A가 이뤄지기 전 지분 경쟁으로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면서 주가가 급등하게 된다.
전형적인 M&A 시도와는 차이가 있지만, 주주가치 제고를 표방하면서 지분 매집에 나서는 경우에도 주가는 오르게 돼 있다.
최근 경영권 공격 또는 M&A 재료가 노출된 종목들의 상승세는 폭발적이다. 장하성 펀드가 ‘먹잇감’으로 찍은 대한화섬은 한 달 가까이 고공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이 펀드가 5.15%의 지분 매입 사실을 알린 뒤 수익률이 무려 223% 급등했다. 발표 전날인 지난달 22일 6만5400원 하던 주가가 이달 20일 21만1500원까지 뛰었다.
태광산업도 연초 대비 수익률 45%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이 사모(私募)펀드를 통해 대량으로 지분을 매입한 샘표식품도 20일과 21일 이틀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했다. 우리투자증권과 샘표식품은 “우호적인 협력 차원에서 지분 매입이 이뤄졌다”고 밝혔지만 일부에선 적대적 M&A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호주계 펀드 헌터홀이 경영 참여를 선언한 코오롱유화도 18일과 19일 10% 넘게 오르며 ‘반짝 장세’를 보였다.
증권사들의 인수 경쟁설이 나돌고 있는 전북은행은 지난달 말 7000원에서 20일 8290원으로 9월 들어서만 18%나 올랐다. 전북은행은 1대주주인 삼양사가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을 수도
M&A 테마주 열풍은 당분간 식지 않을 전망이다.
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연구원은 “장하성 펀드가 불을 지핀 M&A 테마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일반투자자들이 M&A 테마에 덩달아 합류했다가 폭락의 파편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박 연구원은 “요즘 M&A 관련주들은 자본금이 적은 중소형주가 대부분인 데다 거래량도 적어 뒤따라 들어갔다가 한순간에 물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통 물량이 적은 주식들은 쉽게 올라갔다가 쉽게 떨어지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M&A는 주식시장의 영원한 테마인 동시에 ‘영원히 어려운’ 테마이기도 하다”며 “순식간에 오르기 때문에 매력을 느낄 수 있겠지만 위험성이 너무 커 일반투자자들에겐 ‘쳐다보지 말고 잊고 지내라’고 권하고 싶다”고 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인수합병(M&A) 관련주의 연초 대비 등락률 (단위: 원) | ||||
기업 | 1월 2일 | 9월 20일 | 등락률(%) | M&A 관련 내용 |
현대건설 | 47,100 | 51,500 | 9.34 | 외환은행 등 채권단의 지분매각 예정 |
대우조선해양 | 28,450 | 29,600 | 4.04 | 산업은행 지분매각 추진 |
쌍용건설 | 12,500 | 14,000 | 12.00 | 한국자산관리공사 지분매각 추진 |
우리금융지주 | 20,200 | 19,250 | -4.70 | 2008년 3월까지 매각 예정 |
대한통운 | 82,000 | 72,000 | -12.20 | STX그룹과 금호그룹 간 인수경쟁 전망 |
현대상선 | 15,600 | 19,300 | 23.72 |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간 지분경쟁 전망 |
포스코 | 201,500 | 240,500 | 19.35 | M&A의 인수 주체로 오르내림 |
대우건설 | 13,750 | 17,550 | 27.64 | 금호산업으로의 피인수 |
LG카드 | 50,500 | 59,200 | 17.23 | 신한금융지주로의 피인수 |
대림수산 | 16,500 | 28,000 | 69.70 | 사조산업으로의 피인수 |
대우정밀 | 19,000 | 18,700 | -1.58 | S&T중공업으로의 피인수 |
신호제지 | 7,350 | 4,615 | -37.21 | 국일제지에 적대적 인수합병됨 |
KT&G | 45,800 | 58,500 | 27.73 | 칼 아이칸과의 경영권 분쟁 |
서울증권 | 1,560 | 1,380 | -11.54 | 유진기업과 한주흥산의 지분경쟁 |
대한화섬 | 55,500 | 211,500 | 281.08 | 장하성펀드 지배구조개선 요구 |
태광산업 | 552,000 | 800,000 | 44.93 | 장하성펀드 지배구조개선 요구 |
코오롱유화 | 14,000 | 14,000 | 0 | 호주계 펀드의 경영 참가 선언 |
한진해운 | 23,350 | 24,400 | 4.50 | 골라LNG 지분부각 및 형제 간 지분경쟁 |
대한해운 | 25,700 | 35,950 | 39.88 | 골라LNG의 경영권 위협 가능성 |
샘표식품 | 14,850 | 16,300 | 9.76 | 우리투자증권 사모펀드 대량 지분 매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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