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테마주, 그 치명적 매혹에 대하여…

  • 입력 2006년 9월 22일 02시 59분


《M&A-지분변동株의 도발적인 유혹. 여지없이 주가가 치솟는다. “나를 사주세요” 외면하기 힘든 러브콜.

하지만 조심하라. 유통물량이 적어 한순간에 폭락하면, 그 폭락의 파편을 고스란히 맞을지도 모른다.

아, 달콤살벌한 M&A株여…”》

국내 증시에 인수합병(M&A) 테마 열풍이 몰아닥쳤다. M&A설이 돌거나 ‘경영권 참여’ 목적의 대량 지분 매입이 이뤄지는 기업들의 주가가 연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고려대 장하성 교수가 투자 자문역을 맡고 있는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일명 장하성 펀드)의 등장 이후 이런 추세는 더욱 뚜렷해졌다.

○M&A 테마로 후끈 달아오른 증시

M&A는 주식시장을 달아오르게 하는 가장 강력한 테마 중의 하나다. 주가는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데, M&A가 이뤄지기 전 지분 경쟁으로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면서 주가가 급등하게 된다.

전형적인 M&A 시도와는 차이가 있지만, 주주가치 제고를 표방하면서 지분 매집에 나서는 경우에도 주가는 오르게 돼 있다.

최근 경영권 공격 또는 M&A 재료가 노출된 종목들의 상승세는 폭발적이다. 장하성 펀드가 ‘먹잇감’으로 찍은 대한화섬은 한 달 가까이 고공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이 펀드가 5.15%의 지분 매입 사실을 알린 뒤 수익률이 무려 223% 급등했다. 발표 전날인 지난달 22일 6만5400원 하던 주가가 이달 20일 21만1500원까지 뛰었다.

태광산업도 연초 대비 수익률 45%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이 사모(私募)펀드를 통해 대량으로 지분을 매입한 샘표식품도 20일과 21일 이틀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했다. 우리투자증권과 샘표식품은 “우호적인 협력 차원에서 지분 매입이 이뤄졌다”고 밝혔지만 일부에선 적대적 M&A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호주계 펀드 헌터홀이 경영 참여를 선언한 코오롱유화도 18일과 19일 10% 넘게 오르며 ‘반짝 장세’를 보였다.

증권사들의 인수 경쟁설이 나돌고 있는 전북은행은 지난달 말 7000원에서 20일 8290원으로 9월 들어서만 18%나 올랐다. 전북은행은 1대주주인 삼양사가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을 수도

M&A 테마주 열풍은 당분간 식지 않을 전망이다.

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연구원은 “장하성 펀드가 불을 지핀 M&A 테마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일반투자자들이 M&A 테마에 덩달아 합류했다가 폭락의 파편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박 연구원은 “요즘 M&A 관련주들은 자본금이 적은 중소형주가 대부분인 데다 거래량도 적어 뒤따라 들어갔다가 한순간에 물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통 물량이 적은 주식들은 쉽게 올라갔다가 쉽게 떨어지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M&A는 주식시장의 영원한 테마인 동시에 ‘영원히 어려운’ 테마이기도 하다”며 “순식간에 오르기 때문에 매력을 느낄 수 있겠지만 위험성이 너무 커 일반투자자들에겐 ‘쳐다보지 말고 잊고 지내라’고 권하고 싶다”고 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인수합병(M&A) 관련주의 연초 대비 등락률 (단위: 원)
기업1월 2일9월 20일등락률(%)M&A 관련 내용
현대건설47,10051,5009.34외환은행 등 채권단의 지분매각 예정
대우조선해양28,45029,6004.04산업은행 지분매각 추진
쌍용건설12,50014,00012.00한국자산관리공사 지분매각 추진
우리금융지주20,20019,250-4.702008년 3월까지 매각 예정
대한통운82,00072,000-12.20STX그룹과 금호그룹 간 인수경쟁 전망
현대상선15,60019,30023.72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간 지분경쟁 전망
포스코201,500240,50019.35M&A의 인수 주체로 오르내림
대우건설13,75017,55027.64금호산업으로의 피인수
LG카드50,50059,20017.23신한금융지주로의 피인수
대림수산16,50028,00069.70사조산업으로의 피인수
대우정밀19,00018,700-1.58S&T중공업으로의 피인수
신호제지7,3504,615-37.21국일제지에 적대적 인수합병됨
KT&G45,80058,50027.73칼 아이칸과의 경영권 분쟁
서울증권1,5601,380-11.54유진기업과 한주흥산의 지분경쟁
대한화섬55,500211,500281.08장하성펀드 지배구조개선 요구
태광산업552,000800,00044.93장하성펀드 지배구조개선 요구
코오롱유화14,00014,0000호주계 펀드의 경영 참가 선언
한진해운23,35024,4004.50골라LNG 지분부각 및 형제 간 지분경쟁
대한해운25,70035,95039.88골라LNG의 경영권 위협 가능성
샘표식품14,85016,3009.76우리투자증권 사모펀드 대량 지분 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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