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지급기에서 앗, 가짜 수표가”

  • 입력 2006년 9월 23일 03시 03분


은행이 가짜수표를 발행하고 이를 사용하려던 고객이 위조범으로 의심받은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사고가 생긴 것은 지난달 30일. 조모(34) 씨는 신한은행 이태원지점 현금지급기에서 신한카드를 이용해 현금 30만 원과 10만 원짜리 수표 1장 등 40만 원을 인출했다.

이틀 뒤 인천국제공항의 한 식당에서 수표로 음식값을 지불하려던 조 씨는 수표를 조회한 식당 주인에게서 “미발행 수표니까 확인해 보라”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정말 황당하더라고요. 은행에 전화하는 동안 식당에 사람들이 몰리니까 주인이 ‘그냥 나가라’며 쫓아내더군요. 졸지에 수표 위조범으로 의심받게 된 거죠.”

조 씨는 공항에 있는 신한은행 점포에서 가짜 수표 여부를 조회한 결과 미발행 수표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10만 원을 돌려받았다. 하지만 “좋게 좋게 넘어가자”는 은행 측의 무성의한 태도에 화가 났다.

조 씨는 문제의 수표를 발행한 이태원지점으로부터 현금인출기에 남아 있는 ‘미발행’ 기록을 받아낸 뒤 금융감독원에 “은행 측은 이 사실을 고객들에게 공개하는 등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민원을 접수시켰다.

이에 대해 전수복 신한은행 이태원지점장은 “전산으로는 전액 현금 지급으로 처리된 반면 기기에서는 현금과 수표가 동시에 지급됐다”며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합병으로 전산망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기기에 프로그램 오류가 발생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고객에겐 은행장 명의로 사과문을 보냈고, 사고가 난 뒤 전산시스템을 정비해 이후에는 미발행 수표 지급 사례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기기의 오류로 미발행 수표들이 대량으로 시중에 유통됐다면 적잖은 혼란이 야기됐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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