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과 외환은행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계 사모(私募)펀드 론스타는 24일 '국민은행과의 협상에 대한 현황 발표'라는 보도 자료를 통해 "양측 모두 계약을 언제든지 파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김기홍 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이 이달 8일 "'리딩 뱅크'로서의 입장과 국내 여론을 고려해 (론스타와의) 협상을 포기할 수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한 맞대응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해 최인규 국민은행 전략기획본부장은 "원론적인 수준의 얘기로 해석되며 협상 상대방에 대해 우리가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다"라며 "크게 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과 론스타는 올해 5월 외환은행 매각 본 계약을 맺으면서 매각대금 지급기한을 이달 16일까지로 정했다.
그동안 양측은 '한 배'를 탄 것처럼 보였지만 검찰수사가 매각대금 지급기한을 넘겨가며 지연되자 계약 연장 재협상을 하게 됐으며 최근 들어선 서로를 향해 '계약 파기'를 언급하고 나서는 등 파트너십에 엇박자가 생기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불협화음이 매각가격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론스타가 입금시기 지연에 따른 이자비용 등을 국민은행에게 요구했으리라는 것이다.
론스타는 이날 "외환은행 지분 매각이 지연될 경우 초래될 수 있는 경제적 및 전략적인 영향에 대해 국민은행과 논의 중"이라고 밝혀 가격문제가 주요 쟁점임을 시사했다.
론스타가 외신을 통해 검찰수사 및 국내의 비판적인 여론에 대한 불만을 여러 차례 내비쳤던 것도 국민은행에게는 부담이다. 국민은행 측은 "외환은행 인수협상은 경제적 이익 못지않게 국내 정서가 중요하다"며 론스타의 이런 행보에 대해 불만을 내비친 바 있다.
론스타는 국민은행의 강경한 대응과 국내의 부정적인 여론 때문에 다시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관측된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추진 과정에서 한국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자제해 왔는데 공식 입장을 밝힌 것 자체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김상훈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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