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브랜드]그 이름만으로도 아주 특별한 만남

  • 입력 2006년 9월 2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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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방에서 출발해 152년 동안 끊임없이 혁신을 거듭해 온 브랜드인 루이비통. 예술과의 교감을 바탕으로 한 고객 마케팅과 정교한 브랜드 전략이 단연 돋보인다. 사진제공 루이비통
여행가방에서 출발해 152년 동안 끊임없이 혁신을 거듭해 온 브랜드인 루이비통. 예술과의 교감을 바탕으로 한 고객 마케팅과 정교한 브랜드 전략이 단연 돋보인다. 사진제공 루이비통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에 있는 루이비통 매장. 사진 제공 루이비통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에 있는 루이비통 매장. 사진 제공 루이비통
시대를 뛰어넘는 예술혼, 세계 최대 ‘럭셔리 브랜드 제국’으로 우뚝

《만약 당신이 올해 12월 31일까지 프랑스 파리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참으로 행운이다.

루이비통이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7층 매장에서 15일부터 열고 있는 ‘아주 특별한 전시’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루이비통은 일본 건축가 반 시게루, 스위스 현대 미술가 실버 플러리, 이라크 태생의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 등

세계적 예술가 9명에게 이색 제안을 했다.

“여러분의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해 루이비통의 가장 유명한 아이콘 가방 9개를 새롭게 재해석해 주십시오.”

스피디, 알마, 파피용 등 루이비통의 ‘스테디셀러’ 가방은 각각의 아티스트 손을 거쳐 현대적 조형물로 다시 태어났다.

일례로 시게루 반은 원통 모양의 파피용 가방을 응용해 루이비통 문양으로 도배한 원통 조형물을 건물 테라스 곳곳에 설치했다.

이렇듯 루이비통의 예술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각별하다.

일본 도쿄와 프랑스 파리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마주치게 되는 300여 개의 루이비통 매장은 예술 건축물과 크게 다를 바 없다. 152년 역사를 지닌 루이비통 브랜드가 시대를 뛰어넘어 생명력을 갖는 이유다.》

○ 여행가방으로 혁신을 시작하다

루이비통은 프랑스 파리의 여행가방 제조자인 루이 비통(1821∼1892)이 1854년 설립한 트렁크 회사에서 출발했다. 6대째 목공소를 운영했던 집안에서 태어난 루이 비통은 프랑스 상류층의 여행에 대한 열망을 일찍이 읽어냈다.

당시 대부분의 여행가방 뚜껑이 반원형이었던 데 반해 루이 비통은 뚜껑을 평평하게 했다. 또 변화무쌍한 기후에 견딜 수 있도록 튼튼한 100% 가죽으로 가방을 만들어 독보적인 영역을 쌓았다.

“여행가방이 필요하지 않은 여행가는 없다. 모든 이동의 본질은 상상력이기 때문에 단순히 여행가방을 바라보기만 해도 머리가 빨리 회전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루이 비통)

정교함과 독창성을 내세운 루이비통 브랜드는 시대 변화에도 빠르게 대응했다.

1910년 이란으로 여행을 떠나는 영국 중년 여성을 위해 당시 유행한 이륜마차의 부품을 실을 수 있는 여행가방을 제작했다. 2000년엔 미국 여배우 샤론 스톤의 특별 주문을 받아 모로코의 빨간색 가죽 안감을 댄 휴대용 화장품 가방을 만들기도 했다.

○ 브랜드의 역사는 창조력에서

창업자 루이 비통은 1890년 복합식 회전판이 딸린 자물쇠를 개발했고, 이 자물쇠는 이후 루이비통의 모든 아이템에 사용됐다.

루이 비통의 아들인 조르주 비통(1857∼1936)은 현재의 루이비통 ‘모노그램’ 문양을 창조해 냈다. 네 개의 꽃잎이 있는 꽃 주위에 원을, 네 개의 뾰족한 모퉁이를 가진 별 주위에는 마름모를 둘렀다. 자신의 아버지 루이비통에게 경의를 표하는 뜻에서 L과 V가 교차되도록 그렸다.

“특징 없는 가방은 만들지 않겠다. 가방은 우리 삶의 매 순간을 함께 하기 때문에 우리의 야망과 신분을 고스란히 반영한다.”(조르주 비통)

사업 다각화를 추구해 온 루이비통 브랜드는 1987년 모에 헤네시와 합병해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LVMH) 그룹으로 탄생했다. LVMH는 현재 세계 최대의 럭셔리 브랜드 그룹이다.

1998년에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로 입지를 굳힌 젊은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를 아트 디렉터로 영입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오랜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신발과 시계 제조에도 뛰어들었다.

이와 함께 미국 아티스트 스티븐 스프라우스, 일본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 등에게 디자인을 맡겨 전통 모노그램 문양에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과감히 도입했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전 세계 패션리더들은 열광했다.

○ 스토리텔링과 이미지를 결합한 브랜드 관리

루이비통의 인기 가방들을 소개하는 홍보 문구는 자못 흥미진진하다. 각각의 가방에 소설과 같은 이야기를 담는 것이다.

1930년 세상에 선보인 루이비통 ‘스피디’는 가죽이 부드럽게 접히고 여유 있는 사이즈로 수많은 도시 여성에게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는 아이템이다.

루이비통은 이 가방을 이렇게 소개한다.

“1956년 프랑스 칸. 내일은 그녀의 날이 될 것이다. 레드 카펫이 깔린 계단을 오르면서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에게 소중한 두 가지, 바로 촬영 대본과 자신의 첫 출연료로 장만한 스피디 가방을 움켜쥐었다.(후략)”

루이비통은 이와 같은 스토리텔링과 함께 브랜드 이미지를 드러내는 효과물로 매장 건축과 디자인을 선택했다.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에 있는 루이비통 매장은 금속과 유리 트렁크가 쌓여 있는 것처럼 보이게 지어졌다. 루이비통의 문양 중 하나인 ‘다미에’ 패턴이 전개되도록 고안한 것이다. 전 세계 매장의 가구와 진열대 등 모든 집기는 미국 건축가 피터 마리노가 디자인해 시각적인 정체성을 완성했다.

‘루이비통을 가지면 인생의 꿈과 고귀함을 손에 얻을 수 있다’. 루이비통이 정교한 브랜드 전략으로 당신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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