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장짜리 안내 종이에서 화보 책자로
변한 건 이것만이 아니다.
예전에는 그래픽 디자이너와 포토그래퍼만 있으면 카탈로그를 만들 수 있었다. 이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상품을 배치하고 포장했으며 사진 촬영까지 직접 한 뒤 지면을 제작했다. 지금은 상품 배치를 담당하는 ‘디스플레이 스타일리스트’, 음식을 돋보이게 해주는 ‘푸드 스타일리스트’, 상품 진열을 책임지는 ‘코디네이터’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제작에 참여한다.
강 본부장은 “패션모델에게 메이크업 아티스트, 헤어 디자이너, 코디네이터 등 분야별 전문가가 필요한 것처럼 카탈로그의 모델인 상품 특성을 잘 알고 표현해 주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전문가들이 참여하면서 사진과 카탈로그의 질적 수준도 많이 높아졌다.
1960년대 백화점에서 처음 선보인 추석 카탈로그는 1장짜리였다. 낱장으로 출발한 카탈로그는 잡지책만큼이나 두꺼워졌다. 카탈로그 재질도 매끄럽고 두꺼운 수입지로 바뀌었다.
강 본부장은 “명절 선물 카탈로그는 1970년대 낱장에서 1980년대엔 할인점 수준의 얇은 카탈로그로 발전했다가 지금은 화보집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1970년대에는 법인을 대상으로 안내 책자 형식으로 카탈로그를 만들었다”며 “지금은 법인보다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세계백화점이 처음 추석선물 카탈로그를 만든 것은 1965년.
그해 카탈로그에 실린 선물은 모두 96종류였다. 한 봉지에 780원인 ‘그래-뉴 설탕’이라는 브랜드의 6kg 짜리 설탕이 최고급 선물로 인기를 끌었다. 통조림, 세탁비누도 상류층들이 자주 찾던 선물. 1960년대 말에는 맥주와 라면도 선물세트로 나오기 시작했다.
1970년대는 설탕에 이어 식용유, 미풍 등의 조미료가 많이 팔렸다. 또 다방 문화가 확산되면서 동서식품이 ‘맥스웰 커피세트’를 처음 선보였다.
‘어린이용 선물세트’가 나온 것도 이때. 콜라와 과자가 추석 선물로 나왔고 연필세트, 필통세트가 150∼400원에 판매되며 인기를 끌었다.
1970년대 후반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텔레비전, 전기밥솥, 가스레인지, 보온밥통 등의 가전제품이 추석 선물로 소개됐다. 1976년에는 ‘선물의 새 아이디어’라는 제목으로 흑백TV가 선물세트로 처음 등장해 카탈로그에 실렸다.
1980년대엔 먹을거리 선물세트가 점차 고급화됐다. 1970년대까지 200여 종에 불과하던 식품류 선물세트가 1000여 종으로 다양해졌다. 갈비 등의 정육 세트와 고급 과일, 참치 통조림 등의 선물세트가 본격적으로 팔리기 시작했다. 건강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인삼, 꿀, 영지 등의 건강식품도 선물로 선보였다. 넥타이, 지갑, 벨트, 스카프, 와이셔츠 등의 잡화류가 선물로 인기를 끈 것도 1980년대부터.
1994년 4월 상품권이 발행되면서 1990년대 중반부터는 상품권이 새로운 추석 선물로 자리 잡았다.
○ 참살이, 디지털 시대
2000년대 들어서는 수백만 원대의 초고가 선물이 잇달아 나왔다.
백화점들이 고급화 경쟁을 벌이면서 수백 만 원대의 과일 바구니, 갈비 세트, 전통식품이 속속 선보였다.
참살이 열풍이 불면서 친환경 과일, 와인, 올리브유, 전통 장류 등 참살이형 먹을거리가 인기 선물로 떠올랐다. 2000년 초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이들 선물은 4, 5년 만에 매출이 7∼10배가량 늘어났다. 휴대전화가 일상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모바일 상품권이 추석 선물로 자리 잡았다.
모바일 상품권은 휴대전화 무선인터넷이나 유선 인터넷으로 상품권을 구입해 발송하면 선물 받은 사람이 백화점을 찾아 인증절차를 거쳐 상품권으로 교환해 사용할 수 있는 방식. 명절 때가 되면 평소보다 모바일 상품권의 매출이 4, 5배 늘어난다.
글=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디자인=공성태 기자 coon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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