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훈 신한은행장이 최근 사석에서 던진 말이다.
사실 요즘 국내 은행들은 외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올해 상반기(1∼6월)에는 8조 원이 넘는 반기(半期) 최대 순이익을 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올해 3월 현재 13.18%로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졌다.
그런데 당사자인 은행 최고경영자(CEO)가 “태평성대가 끝나고 있다”니 무슨 말일까.
은행들이 큰 경쟁 없이 향유하던 수익원이 사라져 가면서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이 간단치 않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시중은행이 몇 년 안에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은행 잔치는 끝났다.’
현재 은행권의 분위기는 2001년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국내 은행들은 5조 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 잔치 분위기였다. 은행은 물론 금융감독 당국조차 “이런 추세라면 다음 해(2002년)에는 순익이 10조 원이 넘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2003년 SK글로벌 사태와 신용 대란(大亂)을 맞으며 은행들의 순이익은 1조 원대로 곤두박질쳤다.
은행들이 2008년에 큰 위기를 겪는다는 전망의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는 ‘일시적 수익원’이 고갈된다는 것. 최근 은행의 순익이 높아진 것은 유가증권 처분 이익 등 일시적 요인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은행들의 순수한 수익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총이익률(총이익을 총자산으로 나눈 값)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LG카드, 현대건설 등 굵직한 기업의 지분 매각이 은행들의 수익기반이 되고 있다”며 “이런 대형 매물의 매각대금이 들어오는 올해와 내년까지만 은행 수익이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두 번째는 2008년에 본격 시행되는 자본시장통합법의 영향이다. 이 법의 시행으로 은행의 독점적인 영역이 줄고 금융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은행의 수익구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상황이다. 또 지금보다 더 보수적인 신BIS(바젤 Ⅱ) 제도가 2008년에 시행되면 더 많은 대손충당금(미래 손실에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돈)을 쌓아야 하는 것도 은행들의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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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적은 신기루’ vs ‘큰 위기 가능성 적어’
은행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보고서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은 ‘은행, 잔치는 계속될 것인가’라는 보고서에서 “국내 은행들의 실적은 ‘신기루’와 같다”고 경고했다. 실제 영업능력과 관계없는 영업외 이익이 너무 많다는 이유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지난달 보고서에서 “이대로라면 은행들이 국내 시장에서의 우위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글로벌 경쟁이 심해지면서 한국 은행산업은 성장과 퇴보의 기로에 서 있다”며 위기론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위기가 아니라 잠시 조정만 받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푸르덴셜투자증권 성병수 연구원은 “은행들의 순이익이 내년에 정점에 이르고 2008년부터는 줄어들 수 있다”면서도 “자본시장통합법 등으로 일시적인 위축이 있겠지만 은행들도 대체 수익원을 찾는 등 준비를 하고 있어 큰 위기가 올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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