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와이셔츠와 넥타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정복(51·여) 씨는 “올 추석엔 새벽에 물건을 떼러 오는 지방 상인들이 거의 없어 새벽 장사는 포기하고 오전 7시에 가게 문을 연다”며 한숨지었다.
추석을 열흘 가량 앞둔 25일.
남대문시장은 ‘추석 대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썰렁했다. 물건을 사는 사람이 별로 없어 거리는 한산했다.
○ ‘한숨’ 쉬는 재래시장
이곳에서 22년째 속옷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병학(61) 씨는 “작년에도 경기가 안 좋았지만 지난해 추석 때보다 요즘 매출이 20% 정도 줄었다”며 “낮에 워낙 손님이 없어 밤에도 문 열고 24시간 영업하지만 가게 운영비 벌기도 벅차다”고 말했다.
생존이 힘든 재래시장은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식품에서부터 옷까지 원 스톱 쇼핑이 가능한 할인점으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명절 대목을 앞두고도 나아진 게 없는 분위기다.
국내 최대 건어물 시장인 서울 중부시장도 파리를 날리고 있었다.
장봉춘(50) 씨는 “작년엔 추석 한 달 전부터 경기 일대 재래시장 상인들이 새벽부터 와서 물건을 떼어 갔지만 올해는 소매 시장이 죽으면서 물건 사가는 사람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했다.
한과 가게를 운영하는 송영석(37) 씨는 “전에는 오후 11시까지 장사를 했지만 지금은 해가 떨어지면 사람이 전혀 없어 오후 5시면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가 길어지면서 ‘추석 대목’ 대신 ‘추석 불황’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
식당에 생선과 건어물을 납품하는 신동진(48) 씨는 “추석 연휴가 길어져 휴업하는 식당들이 많다”며 “평소보다 추석이 오히려 더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 “그나마 괜찮네요.”
롯데백화점은 21일부터 24일까지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추석 14일 전∼12일 전)보다 210% 늘었다. 같은 기간 동안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선물세트 매출이 각각 48%와 187%씩 늘었다.
상품권은 추석 한 달 전부터 판매가 지난해 대비 50∼80% 늘었다.
롯데백화점이 50만 원권을 20장(1000만 원) 묶어 1500개 한정 판매한 프레스티지 상품권은 이미 동이 났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보다 170% 정도 늘었다.
김영관 이마트 마케팅팀 수석은 “올해는 추석 연휴가 길어져 예년보다 선물 구입이 앞당겨졌기 때문에 초반 매출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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