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동계는 과거의 전투적이고 비타협적인 노동운동과의 단절을 선언했다.”(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26일 오전 도쿄(東京) 중심가 뉴오타니호텔에서 열린 한국투자환경설명회에서 정 장관과 이 위원장은 행사장을 가득 메운 일본 기업인 200여 명에게 이렇게 말하면서 한국의 이미지를 ‘죽도록 투쟁하는 나라’에서 ‘기업 하기 좋은 나라’로 바꾸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노사관계 때문에 한국에 투자를 주저한다면 이제 그 걱정은 훌훌 털어버리라”면서 “한국에 투자했다가 노사관계로 문제가 생기면 한국노총이 직접 나서서 조정하고 해결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2차례 투옥 경험이 있는 ‘강경 노동투사’ 출신의 이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투자를 호소하자 상당수 일본의 기업인은 “신선하고 신뢰감이 간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기 평택시에 자회사를 둔 중견 중전기(重電氣)업체 시바우라메카트로닉스의 도쿠라 쓰네마사(戶倉常正) 감사역은 “노사관계가 늘 걱정이었는데 상담할 곳이 생겨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일본 기업인은 정 장관과 이 위원장의 진지한 호소에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설명회가 시작되기 전 호텔 주차장 입구에서 민주노총 산하 한국발전산업노조 간부 등 4명이 벌인 시위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일본 전국노동조합연락협의회 관계자 5, 6명과 함께 ‘이 위원장은 노동기본권을 팔고, 정 장관은 노동자를 탄압한다! 이것이 기업 하기 좋은 나라인가’라고 쓰인 현수막 등을 내걸고 약 30분간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정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한편 이 위원장을 “정권의 마름, 앞잡이”라는 거친 표현을 써 가며 비난했다. 민주노총 측은 기자회견에서 “투자환경설명회를 방해하려는 것은 결단코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내용은 달랐다.
이들이 지나가는 일본 시민들에게 배포한 유인물에는 “한국의 노사관계가 마치 평화로운 것처럼 투자를 유치하려는 것은 기만이자 위선”이라고 쓰여 있었다.
설명회에서 기조연설을 한 정 장관은 “(원정 시위를) 정말 행동으로 옮길 줄은 몰랐다”며 “시대착오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또 한 행사 관계자는 “아무리 주장이 다르다지만 외국에까지 와서 나라 망신을 시켜서야 되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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