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정유-반도체 근로자들 “우리 추석 달은 공장 안에…”

  • 입력 2006년 10월 2일 03시 02분


1년 365일 멈추지 않는 용광로처럼 한가위 연휴에도 산업 현장은 쉬지 않고 돌아간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연주 공장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1년 365일 멈추지 않는 용광로처럼 한가위 연휴에도 산업 현장은 쉬지 않고 돌아간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연주 공장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31년 동안 해 오던 일인데요. 공장에서 추석을 지내는 일은 이제 익숙합니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지만, 포스코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제1공장 박근동(55) 부공장장이 올해 추석을 맞는 감회는 남다르다. 1975년 포스코(당시 포항제철)에 입사해 내년 9월 정년퇴직을 앞둔 그에게 6일은 공장에서 보내는 마지막 추석이다.

그는 올해 신년 휴일에도 현장을 지켰다.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제철소의 명절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뜨겁다.

“연휴라지만 오히려 평소보다 더 바빠요. 파이넥스 공장은 7월부터 이달까지 비상근무체제입니다. 조업 실적을 최대한 올려야 하니까요.”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공장은 본격적인 쇳물 양산에 앞선 사전 검증 과정을 하고 있다. 공장 직원들이 더 바빠진 것은 이 때문이다.

상당수 회사가 이미 사실상의 추석연휴에 들어갔지만 이 기간에도 쉼 없이 돌아가는 공장이 적지 않고 묵묵히 일터를 지키는 근로자들이 있다.

○ 정유 화학 철강 분야는 계속 공장 가동

연휴 기간에도 조업을 하는 공장들은 정유 화학 철강 등 중화학분야 장치 산업이 많다. 잠시라도 공장 가동을 멈추면 원료가 굳어버려 설비 자체가 손상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임원들도 마음 편히 쉴 수 없다. SK㈜ 울산공장 공장장인 지성태 부사장은 추석 당일인 6일 임원들과 함께 24시간 돌아가는 공장을 찾을 계획이다.

지 부사장은 “떡과 과일을 돌리며 추석에도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는 직원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토탈 대산공장 손석원(전무) 공장장도 송편과 과일로 직원들을 위로하기로 했고, GS칼텍스 여수 공장 임원들은 연휴 기간에 직원들과 한과를 나누기로 했다. ㈜효성, 코오롱 등 화섬업계도 공장을 가동한다.

○ 반도체 전자 백화점도 일감 늘어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LG필립스LCD 등 반도체 및 전자업계도 추석 연휴에 정상 근무한다. 반도체 산업 역시 공장을 멈출 수 없는 산업이다.

삼성전자는 추석 당일인 6일 아침 경기 용인시 기흥공장 사원 기숙사에 공동 차례상을 차릴 계획이다. 고향에 가지 못하는 임직원들이 언제라도 차례를 지낼 수 있도록 한 배려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지난달 30일 청주공장 근로자 2400명이 연휴 기간에 먹을 사과와 배를 구입했다.

이 회사 IR 담당 김정수 상무는 “최근 D램 메모리 반도체의 세계 수요가 늘고 있어 연휴 기간에도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공장을 최대한 가동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LG필립스LCD는 추석 근무자에게 특별 격려금과 추석 선물, 특식 등으로 연휴에도 근무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기로 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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