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테리, 외국인들은 왜 지금 주식을 살까?

  • 입력 2006년 10월 10일 16시 29분


서울 주식시장이 북한 핵 충격에서 빠른 속도로 벗어나고 있다.

'패닉(공포)' 상태에 몰렸던 코스닥시장은 10일 2.89% 반등하며 한 숨을 돌렸다. 코스피지수도 0.68% 올랐다.

증시가 안정을 되찾은 계기는 이틀 동안 외국인투자가들이 보여준 주식매수 분위기에서 찾을 수 있다.

외국인은 북한 핵 실험 소식이 전해진 9일 꾸준히 주식을 사들이더니 10일에는 현물과 선물 시장에서 모두 주식을 매수했다.

북한 핵 문제처럼 지정학적인 문제가 터지면 증시의 주도권은 외국인에게 넘어간다. 이들은 한국의 정세에 따라 얼마든지 시장에서 발을 뺄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 핵 실험 상황에서도 주식을 사고 있는 외국인들의 진의가 무엇인지에 증시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9일보다 10일이 더 중요했던 외국인 동향

북한 핵 실험 사실이 알려진 9일에도 외국인들은 주식을 순매수(매수 금액이 매도 금액보다 큰 경우)했다. 하지만 이날의 순매수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보통 외국계 투자가들은 증권사를 통해 "이 종목 가격이 얼마 이하로 떨어지면 몇 주를 사 달라"고 주문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북한 핵 실험으로 주가가 폭락한 9일 오전은 서양 국가에선 밤 시간대였다. 외국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밤에 북핵 돌발악재를 만나 미리 내 놓은 주문을 정정할 겨를이 없었고, 주가가 폭락하자 약속대로 자연스럽게 주식 매수 주문이 나왔다는 것.

반면 10일 외국인이 순매수를 보인 것은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분명히 북한 핵 실험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외국인이 내린 판단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엇갈리는 외국계 증권사 전망

문제는 이들이 왜 10일에도 주식을 샀느냐는 것인데 외국인투자가의 주문을 주로 받는 외국계 증권사의 동향이 엇갈린다.

메릴린치증권 이남우 전무는 "외국인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생각하는데 정작 한국 국민들이 문제를 쉽게 보고 있다"며 "이번에는 사태가 과거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모간스탠리인터내셔날증권 서울지점 박찬익 상무도 "매우 안 좋은 시점에 최악의 뉴스가 나왔다"며 "유엔 등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현실화하면 외국인들도 한국 시장을 어렵게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템플턴자산운용의 신흥시장 책임자인 마크 모비우스 씨는 "북한의 핵 실험은 최후의 카드이며 결국 이것이 북한에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한국 주식은 여전히 싸기 때문에 한국을 떠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JP모간증권 서울지점 서영호 전무도 "미국이 상황을 전쟁까지 끌고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최악의 시장이 되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했다.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 외국계 동향

이처럼 외국계 증권사의 전망이 다른 것은 결국 외국인투자가의 생각 자체가 엇갈리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따라서 10일 외국인이 보여준 순매수도 외국인 전체의 움직임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부정적인 이들과 긍정적인 이들이 주식을 사고팔았는데 그 결과가 순매수로 나타났다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그만큼 외국인에게도 현재 국내 장세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과거의 예로 볼 때 지금처럼 폭락했을 때 주식을 매수하면 거의 성공했다는 경험이 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불확실성이 훨씬 높다는 점이 외국인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외국인이 어느 한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지는 않으며 지금 시점에서는 이번 사태를 '중립' 정도로 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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