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기부양책 검토…“核 악재 시나리오별 대응”

  • 입력 2006년 10월 12일 03시 00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달라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성장률, 경상수지, 물가 등 경제정책의 ‘세 마리 토끼’가 모두 흔들리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실험까지 겹치면서 안보 및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11일 거시경제 정책의 수정 및 경기 부양책 검토 등의 발언을 일제히 쏟아내 향후 경제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核실험 악재로 경기부양책 시사 박병원 재경부 차관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긴급현안질의 답변을 통해 “북핵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예단해 정책을 내놓을 수는 없지만 미국의 강력한 경제 제재 등 다양한 시나리오별로 대응할 수 있는 경제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박병원 재경부 제1차관은 본보 기자와 만나 “거시경제 정책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고려하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경기 부양책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안 중 상반기(1∼6월)에 쓰려던 돈 액수를 늘리거나 북핵 사태로 경기 하락현상이 심화될 지방 경기를 회생시키기 위해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예산 투입을 늘리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북한 핵실험 강행 이전에 내놓았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에서 올해와 내년의 경제성장률을 각각 4.9%와 4.6%로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 민간 경제연구소와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잇달아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3%대 후반∼4%대 초반에 머물 것이란 예상을 내놓아 0.5%포인트 안팎의 하향 조정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잡았던 내년 성장률을 북핵 사태를 계기로 조정할 ‘기회’를 얻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 경제연구소의 관계자는 “이번 사태 이전에도 올해 성장률 4.9%, 내년 4.6% 달성이 어렵다는 것이 민간의 지배적 견해였다”면서 “북한의 핵실험 강행이 정부에는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준 격’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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