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CJ그룹 부회장 “한국인 역동적 삶은 좋은 콘텐츠”

  • 입력 2006년 10월 15일 18시 55분


CJ 이미경 부회장14일 오후 (현지시간) 맨해턴센터 미디어룸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현지 언론을 위해 포즈를 취한 모습
CJ 이미경 부회장
14일 오후 (현지시간) 맨해턴센터 미디어룸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현지 언론을 위해 포즈를 취한 모습
CJ그룹 이미경 부회장(48)은 '공동경비구역 JSA' '살인의 추억' '친절한 금자 씨' '타짜' 등 한국산 흥행 영화 돌풍을 만들어냈지만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길 꺼려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14일 미국 뉴욕에서 세계 여성상을 수상(본보 12일자 A28면 참조)한 이 부회장을 만났다. 이날 인터뷰는 시상식 6시간 전 뉴욕 맨해튼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이뤄졌다. 그는 이날 아침 일찍 LA에서 날아와 시상식을 마친 뒤 곧바로 귀국할 정도로 바빴다.

150cm가 될까 말까 한 단구에 가녀린 체구, 밝은 표정에 애교 섞인 말투는 대기업의 리더라기보다는 이웃집 언니 같은 살가움을 풍겼다.

영화광인 자신을 '헐리우드 키드'라고 소개한 이 부회장은 미국 유학 시절에 당한 서러움이 영화를 자신의 업(業)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한국 역사를 일본인의 시각에서 가르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화가 났다. 당시만 해도 한국은 가난한 나라, 6·25 전쟁으로 미국이 도와 준 나라 정도였다. 어떻게든 이런 인식을 뒤집어보고 싶었다."

한국을 알리기 위해 문화사업인 영화 비즈니스에 발을 디디게 된 것이다.

그는 "이제는 체력이 국력이라는 말 대신 문화 콘텐츠력이 국력이 된 세상"이라며 "그런 점에서 한국 사람은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사람들의 삶에는 스토리가 있다. 스토리는 영화의 핵이다. 배고픈 기억도 있고 데모도 하면서 생각의 금기도 넘어 보았고, 한마디로 역동적이다. 이런 역동성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힘이 된다."

그는 "좋은 이야기에 짜임새 있는 연출력만 있다면 세계 시장에서 승산이 높다"면서 "좋은 이야기란 자기 근본에 충실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거다. 진정성 같은 거다."

이 부회장은 "스필버그 감독이 '왕의 남자'를 보고 영화 배경은 생소하더라도 공감을 느끼는 것은 감독이 모든 인물의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왔구나 라고 여겨질 정도로 영화가 현실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에게도 여자로서의 삶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까.

"여자라는 것을 의식하면서 살아온 적은 많지 않은데 내가 열심히 해야 후배 여자들에게도 기회가 많이 주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 이병철 회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말을 끊었다.

"맏손녀라서 할아버지와 비교적 많은 시간을 가졌다. 할아버지만 생각하면 늘 감사하고 힘이 난다. 자상하셨고 손자 손녀들에게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 주셨다. CJ의 경영철학인 '사업보국 인재양성 합리추구'는 바로 할아버지의 경영철학이다."

그에게 "장손인 아버지가 기업을 물려받지 못한 것에 대해 불운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느냐"고 물었다.

"빌 게이츠 재단에 기부한 워렌 버핏의 자녀들에게 불운하다는 표현을 쓰지는 않는다. 할아버지는 세습이라는 전 근대적인 대물림 방식을 거부한 합리적이었던 분이다. 작은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의 통찰력에 늘 존경심을 갖고 있다."

그는 음반 사업을 하고 있는 CEO 답게 신세대 노래에도 정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래 실력을 묻자 "잘 하지는 못하지만 자주 한다"면서 "개인적으로 힙합 리듬이 좋구요. 심수봉 이선희 양수경을 좋아하고 요즘 씨아 김종국 SG 워너비의 노래들도 부를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뉴욕=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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