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잇는 귀거래사…2958가구 분양에 9600명 신청

  • 입력 2006년 10월 16일 03시 00분


2006 전원마을 페스티벌을 찾은 관람객들이 한 지방자치단체 측이 준비한 마을 모형도를 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이번 페스티벌은 예상을 뛰어넘는 인파가 몰려 은퇴생활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도를 반영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훈구 기자
2006 전원마을 페스티벌을 찾은 관람객들이 한 지방자치단체 측이 준비한 마을 모형도를 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이번 페스티벌은 예상을 뛰어넘는 인파가 몰려 은퇴생활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도를 반영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훈구 기자
농림부 농촌정책과 직원들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12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2006 전원마을 페스티벌을 앞두고 내심 걱정이 많았다. 정부 주최 행사가 대개 그렇듯이 관람객들이 적어 파리를 날리면 어쩌나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12일 행사가 시작됐을 때 직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일반 관람객의 입장은 오후 1시부터로 정해져 있었으나 오전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어 대기 상태에 들어간 것. 그래서 정오경부터 서둘러 관람객을 입장시켜야 했다. 첫날 반나절 동안 입장객이 1만여 명을 돌파했고 일요일인 15일까지 4만5000여 명이 다녀갔다.

관람객들이 예상을 훨씬 초과하면서 20개 참가 시군도 팸플릿이 초장에 동이 나버리는 바람에 급히 추가 주문을 해야만 했다. 이번 행사에는 은퇴자뿐만 아니라 은퇴를 앞두고 있는 40, 50대도 대거 몰려든 것이 특징이었다. 이번 행사에는 모두 2958가구의 물량이 나왔으나 9600여 명이 입주 신청서를 써낸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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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 지자체 반응=충남 서천군 판교면 등고리에 35가구의 전원마을을 꾸미는 서천군의 최항우(50) 녹지시설계장은 “반응이 이 정도까지 뜨거울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 행사에 참가한 5명의 직원들은 하루 종일 관람객들의 질문에 답하고 상담하느라 목이 다 쉰 상태.

최 계장은 “우리 사회에서 은퇴생활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생각보다 커져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천군은 입주 희망자에게서 신청서를 받은 결과 행사 3일째인 14일에 이미 600가구가 넘자 더는 신청을 받지 않았다. 서천군은 이번에 선발되는 35가구를 제외한 나머지 신청자들을 모두 서천군으로 초청해 의견을 듣고 원한다면 또 다른 전원마을을 건설할 작정이다.

강원 횡성군 강림면 주천강변에 96가구의 전원마을을 건설하는 횡성군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15일까지 입주 신청서를 낸 사람이 800명에 달했다.

횡성군 건설도시과 김석희(41) 씨는 이처럼 관심이 쏠린 이유에 대해 정부가 도로와 상하수도 건설 등 기반시설 조성비를 지원해 주고 지자체가 직접 시행해 신뢰성이 높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했다.

▽유형=이번 페스티벌에 참가한 22개 전원마을(20개 시군) 조성계획은 크게 서구식 은퇴마을형과 전통시골형에 생활편의시설이 가미된 유형으로 나뉜다. 서구형은 100가구 이상으로 단지 규모가 크고 갖가지 편의시설이 계획된 반면 가격이 비싼 편이다. 평창군 비안, 충남 금산군 천내리, 경북 봉화군 부랭이마을의 경우 5∼9홀의 골프장과 각종 여가시설이 들어서다 보니 단지의 규모를 크게 할 수밖에 없고, 또 공동시설 투자비가 크다 보니 가구당 분양비용도 비싸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충북 제천시(30가구), 경북 상주시(30), 전북 무주군(30), 충남 서천군(35)처럼 단지 규모가 작고 공동시설도 공동쉼터나 게이트볼장 등 최소한에 그친 경우는 상대적으로 분양가격이 저렴한 편이었다.

▽분양가격 논란=페스티벌에 참가한 전원마을 중 가장 분양가격이 싼 경우는 상주시 녹동의 8000만 원이다. 이 가격에는 150평의 택지비와 건축비 등이 포함되어 있다.

반면 가장 비싼 경우는 금산군 천내리 전원마을의 40평짜리 테라스 하우스로 3억2000만 원이다. 이 마을의 경우 6홀 골프장, 수영장, 피트니스센터, 사우나, 게임룸, 소규모 영화관 등이 공동시설로 계획되어 있다.

이 같은 분양가에 대해 관람객들 중에는 땅값이 몇 만 원대에 불과한 시골에서 그것도 정부의 지원까지 받아 건설되는 전원마을이 가구당 최고 2억∼3억 원의 분양가를 책정한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부동산개발 및 건설회사인 이에스산업개발 이은신 대표는 “값싼 땅에다 국민의 혈세로 기반조성비까지 지원받는 것을 감안하면 각 지자체들이 제시하고 있는 분양가는 납득할 수 없을 만큼 비싼 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자체들이 제시하고 있는 분양가는 수도권의 생활비에 부담을 느끼는 은퇴자들에게 전원생활을 하도록 유도해 자연스럽게 인구 분산을 꾀하겠다는 정책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fo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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