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파업 유화업계 소름끼치는 가을…국제시황도 악화

  • 입력 2006년 10월 16일 03시 04분


○ 카프로 74일 만에 파업 풀었지만…

석유화학업체인 ㈜카프로의 노동조합이 파업 74일째인 15일 파업을 풀었다.

기본급 12.8% 인상 등을 요구하며 8월 3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간 카프로 노조는 이날 일단 조업에 복귀한 뒤 사측과의 교섭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조의 파업에 맞서 8월 12일 직장폐쇄 조치를 내린 사측도 곧 관할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직장폐쇄 철회를 신고하고 정상 조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장기 파업을 하던 카프로의 조업 재개 결정으로 유화업계는 한숨 돌리게 됐지만 ‘근심’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제품 종류는 다르지만 카프로처럼 화학제품의 기초 원료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최근 파업에 돌입했거나 파업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프로는 국내 유화업체로는 유일하게 나일론 원료인 카프로락탐을 제조하는 회사다. 카프로 측은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로 약 720억 원의 매출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원료 공급 차질에 따른 석유업체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코오롱 효성 KP케미칼 등 나일론 제조업체들은 원료를 공급받지 못해 생산량 감축에 들어갔다.

카프로의 조업재개 결정으로 화섬업계의 나일론 생산은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하지만 임금단체협약이 타결되지 않은 카프로 노사가 여전히 양측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언제 다시 파업으로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 일부 품목 수급차질 우려

카프로 외에도 유화업계와 정밀화학업계는 기초 원료를 생산하는 업체들의 파업이 속출하고 있어 일부 품목의 수급 차질도 우려된다.

국내 최대 나프타분해시설(NCC) 업체인 여천NCC는 임금협상이 결렬돼 11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1999년 한화석유화학과 대림산업이 NCC 부문을 통합해 설립한 이 회사는 에틸렌과 프로필렌, 벤젠 등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를 생산하고 있다.

정밀화학업계에서는 발포제 및 농약 원료인 하이드라진을 생산하는 KOC가 8월부터 전면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 측은 파업 손실액이 50억 원을 넘어섰다고 밝히고 있다. 안료 생산업체인 보광은 주5일 근무제 시행을 놓고 노조 간부들이 한 달째 부분파업 중이다.

○ “무리한 임금인상” vs “이익 배분을”

다른 업체들의 파업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NCC 업체인 대한유화 노사는 지난달 25일 부산노동위에 쟁의조정 신청을 하면서 파업 가능성이 높아졌다. 염료 생산업체인 MDK 노조도 회사 측의 정리해고 안이 철회되지 않으면 27일부터 파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유화업계는 경영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노조의 ‘막무가내 식 임금 인상’ 요구는 무리라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석유화학 등 일부 석유화학업체들은 최근 고유가 및 시황 악화로 감산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지난 4, 5년 동안의 호황에도 이익 배분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민주노총 화섬연맹 유영구 교육선전실장은 “최근 몇 년간 이익을 낸 회사들도 직원들에게 제대로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노조가 사측을 불신하게 된 것이 노사쟁의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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