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무직 회사원인 김정수(31·서울 양천구 목동) 씨가 요즘 하는 일이다. 김 씨는 퇴근만 하면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간다. 최근 터보시스템을 추가로 장착한 자신의 ‘애마’ 투스카니를 하루에 한 시간씩은 만지작거려야 직성이 풀린다. 김 씨는 터보시스템 장착에 800만 원을 들여 143마력인 순정 출력을 300마력으로 올렸다.
주말에는 정지 상태에서 400m 주파기록을 경쟁하는 드래그레이스에 참여하기도 하고 동호인들과 어울려 경기 양평군 중미산 등지의 커브길을 찾아 운전 실력을 갈고 닦는다. 이유는 단 하나. 재미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여자친구가 자기보다 차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투덜거리지만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을 벗어나 취미생활로 자리를 잡으면서 다양한 모터스포츠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불법인 경우가 많아 자동차 선진국인 미국 독일 일본처럼 이들을 제도권으로 흡수할 수 있는 경기장(서킷) 건설이 절실한 실정이다.》
○ 드래그족
주말이면 충남 당진군 송악면이나 부산 강서구 녹산동, 광주 광산구 첨단동, 인천국제공항주변 등 전국 10여 곳에 이르는 지역에서 비공인 드래그레이스가 열린다. 지역에 따라 적게는 10여 대에서 많게는 200∼300여 대가 모이기도 한다.
참여하는 차량은 다양하다. 국산차는 투스카니와 아반떼 등이 주종을 이루며, 수입차는 BMW, 벤츠 도요타 마쓰다 등 독일과 일본산 고출력 차종이 대부분이다.
람보르기니 페라리 포르셰 등 정통 스포츠카도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차량통행이 거의 없는 도로에서 레이스를 펼치지만 어쨌든 불법이기 때문에 경찰차가 나타나면 뿔뿔이 흩어진다. 그러나 다음 주가 되면 서로 약속을 하지 않아도 어김없이 다시 모여든다.
○ 초고속족
BMW M5, 벤츠 E55AMG와 SL55AMG, 아우디 RS4와 RS6, 포르셰 911터보, 페라리 F430,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차종은 대부분 400∼500마력대로, 출고상태 그대로 시속 300km를 넘길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초고속 주행은 상당히 위험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공개적으로 모이지는 않는다. 동호회의 소모임이나 비슷한 차종을 가진 사람들끼리 알음알음으로 만난다. 이들의 직업은 대부분 고소득 전문직이나 자영업자.
차가 거의 없는 오전 1, 2시에 만나 중부내륙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 신공항고속도로 등에서 질주한다.
○ 오프로드족
주로 선호되는 차량은 쌍용자동차 무쏘와 코란도, 지프(다임러크라이슬러)의 랭글러 등이 있다. 험로를 주파하기 위해 기어박스와 현가장치(서스펜션)를 개조하고 타이어도 오프로드 전용을 사용해야 한다. 공터에 험로를 일부러 만들어 놓고 주파시간을 겨루기도 하고 산길을 오르기도 한다. 난공불락의 지형을 어렵게 통과하고 나면 높은 산을 정복한 것과 같은 큰 쾌감이 느껴진다고 한다.
○ 정통 서킷족
자동차 관련 업체에서 열리는 각종 대회에 참여하거나 동호인들끼리 돈을 모아 서킷을 몇 시간 임차해 합법적으로 마음껏 주행한다. 서킷을 달리기 위해서는 엔진과 현가장치의 튜닝(개조)이 일반도로용과는 달라야 하기 때문에 별도의 튜닝도 이뤄진다.
일부 마니아는 차를 가볍게 하기 위해 운전석 시트를 제외한 내장재를 모두 제거하고, 차량의 안전과 강성을 높이려고 경기용차처럼 실내에 파이프로 된 버팀대(롤케이지)를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
레이싱 슈즈와 헬멧, 레이서용 장갑, 소화기 등은 기본용품이다. 레이싱스쿨 강사이기도 한 오토미디어 이정헌 대표는 “국내에는 제대로 된 서킷이 3곳밖에 없고 그나마도 이용하기가 쉽지 않아 자동차 마니아들이 일반도로에서 위험한 주행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서킷을 건설하는 등 모터스포츠에도 힘을 써야 한국이 진정한 자동차 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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