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 만큼 기쁘더이다” 천신일 회장, 사재 110억원 기부

  • 입력 2006년 10월 16일 20시 38분


세중나모여행 회장(사진 왼쪽)이 박찬모 포스텍 총장에게 대학발전과 인재양성에 써달라며 8억7천만원 상당의 자사주식 9만주를 기부했다.연합
세중나모여행 회장(사진 왼쪽)이 박찬모 포스텍 총장에게 대학발전과 인재양성에 써달라며 8억7천만원 상당의 자사주식 9만주를 기부했다.연합
'기업의 이윤은 사회에….'

세중나모여행 천신일(63) 회장이 생활 속에서 늘 실천하는 신념이다.

천 회장은 15일 경기 용인시 세중옛돌박물관에서 열린 개관 7주년 기념 '제2회 세중옛돌박물관 음악회'에서 고려대 연세대 포항공대 등에 자신이 소유한 세중나모여행의 주식 110만여 주를 기부했다.

천 회장이 기부한 주식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110억 원에 이른다. 천 회장은 세중나모여행의 최대주주로 이번에 기부한 주식은 자신이 소유한 주식의 3분의 1에 달한다.

그는 이날 어윤대 고려대 총장, 정창영 연세대 총장, 박찬모 포항공대 총장, 김홍남 국립중앙박물관장, 신광섭 국립민속박물관장 등 2000여 명의 인사들이 참석한 음악회에서 기부대상 단체들에 주식을 기부했다.

재계에서는 천 회장의 이번 기부를 회사 돈이 아니라 사재를 기부했다는 점에서 큰 평가를 하고 있다.

그의 사회 환원은 이미 여러차례 이뤄져 왔다. 이미 고려대와 포항공대, 국립중앙박물관회 등에 9억5000만 원을 기부했고 9월에는 사재를 털어 세중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부지 5500평의 이 재단은 문화관광부등록 유물 180점을 소장하고 있다.

"그동안 해왔듯 남모르게 기부하려 했지만 최대주주의 주식지분이 변할 때에는 법적으로 공시돼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공개하게 됐습니다. 다른 이들이 기부하는 모습을 접하면 행복한 느낌이 들어서 제 기쁨을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었고요."

그는 16일 주식을 공개적으로 기부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천 회장은 그동안 기업을 꾸려오며 주변 여러 사람들에게 받은 도움을 잊지 못한다. 그는 이들의 도움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굳게 믿고 있다.

"1970년대 초 제철회사 설립 때 포항제철 박태준 회장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여행사업도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출장 서비스를 부탁해 큰 힘이 됐고요."

비교적 굴곡이 없었던 사업은 모두 주변 사람들의 도움 덕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여행사의 대표로서 '모든 이들이 원하는 때 가고픈 곳에 갈 수 있도록 만족스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그의 사업 철학이다.

대한레슬링협회 회장, 민속박물관학회 부회장 등 천 회장의 이력은 다채롭다. 특히 25년 째 몸담고 있는 레슬링협회에 대한 그의 애착은 남다르다.

"레슬링은 기교가 없는 운동이라서 좋아합니다. 기교 없이도 땀을 흘린 만큼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마음에 들어요."

'땀을 흘린 만큼 결과가 나온다'는 레슬링의 특성은 천 회장의 사업 철학이기도 하다.

천 회장은 6년 전 민속박물관학회 부회장으로 일본에 유출되거나 전국에 흩어져 있는 우리 옛돌을 사모아 세중옛돌박물관을 설립하는 등 교육과 문화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 왔다.

조은아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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