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전경련 회장님은 어느 분이십니까?

  • 입력 2006년 10월 17일 03시 00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자리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자리다. 기업과 관련한 민감한 이슈들이 제기될 때마다 재계를 대표해 청와대나 국회와 날을 세우기도 하지만 적절한 조율을 통해 대안도 내놓아야 한다. 정부의 대기업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솔선수범하다 보면 정작 자신의 회사에는 불이익이 가는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주요 그룹 총수들은 재계 수장(首長) 격인 전경련 회장 직을 선뜻 맡으려 하지 않는다. 김대중 정부 시절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전경련 회장에서 물러난 뒤에는 대기업 총수들이 서로 등을 떠밀었고, 인선 과정 막판에 마음이 약한 원로 기업인이 마지못해 회장 직을 수락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내년 1월 말 현 강신호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다음 달부터 새 회장 추대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재계에선 새 전경련 회장에 대한 여러 가지 말이 있다.

하지만 지난번 인선 때처럼 “이건희 삼성그룹,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이른바 ‘빅3 기업인’ 중 한 명이 회장을 맡아 실추된 전경련의 위상을 재건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거의 없다.

이건희 회장과 구본무 회장은 본인들이 강력히 고사할 게 분명하고, 한때 전경련 회장에 관심을 보였던 정몽구 회장은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차기 회장 후보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총수는 조석래(71) 효성그룹 회장, 김승연(54) 한화그룹 회장, 박삼구(61)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이다.

현재로선 조석래 효성 회장의 추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계 총수 중 비교적 연장자인 데다 오랜 기간 다른 총수들과 두터운 친분을 쌓아 왔기 때문이다. 효성그룹이 비자금 조성이나 정치자금 제공 등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최근 들어 새 회장 후보로 급부상했다. 9월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3년 만에 참석해 “전경련 노조위원장을 해보려고 한다”고 기자들에게 말하는가 하면, 11월에 한화 주최로 전경련 회장단 골프 행사를 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재계 관계자는 “(김 회장이) 지난 대선 당시 불법 비자금 제공 사건에 휘말린 데다 대한생명 인수 과정에 대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아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도 자천 타천으로 전경련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대우건설 인수 문제 등 그룹 현안이 많아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조양호(57) 한진그룹, 현재현(57) 동양그룹 회장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강신호 회장은 올해 초까지 유임에 관심을 보였지만, 9월의 ‘황혼 이혼’ 파동 이후 뜻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전경련 회장 직은 청와대의 암묵적인 재가도 받아야 하는데, 내년 대선 이후 정권 향방이 어떻게 될지 불투명하다는 점도 주요 기업인이 선뜻 회장 직에 나서는 것을 어렵게 하는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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