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엔 환율 왜 떨어지나
달러화에 대해 엔화보다 원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것이 최근 원-엔 환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다.
원화는 금리 인상 추세와 추석 연휴 직전 자금수요 증가로 강세를 보였지만, 엔화는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가치가 떨어진 것.
KB선물 김헌식 트레이딩2팀 과장은 “과거엔 달러화에 대해 원화와 엔화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는데 최근 정책금리의 추이가 달라지면서 환율도 엇갈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 자동차 IT 기기 수출 타격 우려
산업연구원이 최근 수출대금을 엔화로 결제받는 국내 423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기업이 손해를 보지 않고 수출하려면 원-엔 환율이 100엔당 971원 선을 유지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換)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이미 손해를 보면서 수출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원-엔 환율이 추가 하락하면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수출시장에서도 일본제품과의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액 가운데 세계시장에서 일본과 경합하는 품목의 수출액 비중은 1998년 18.3%에서 지난해 50.6%로 급증했다.
지난해 한국은 배기량 1500cc 초과 차량을 136억 달러어치 수출했다. 한국 전체 수출의 4.8%를 차지하는 전략 품목이다.
같은 기간 일본은 이런 차량을 340억 달러어치나 수출했다. 수출 규모가 압도적으로 커 마케팅이 유리한 상황에서 원-엔 환율 하락으로 가격 경쟁력까지 높아진 셈이다.
산업연구원 양현봉 연구위원은 “원화 가치 상승으로 자동차, 섬유, 의류, 화학, IT 관련 기업의 수출이 부진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당분간 800원선 안팎 예상
외환 전문가들은 달러화에 대해 엔화가 계속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당분간 원-엔 환율이 800원 선 안팎에서 움직일 것으로 본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엔-달러 환율이 크게 오르면(엔화가치는 하락) 원-엔 환율이 100엔당 770원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대구대 전용덕(경제학) 교수는 “시장원리에 따른 환율 변동을 인위적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다”며 “수출이 잘되게 하려면 품질 및 경영효율성 개선 등 가격을 제외한 부문에서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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