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구운 고소한 빵 냄새가 이곳을 가득 채웠다. 전문 제빵사가 이곳에서 오븐기로 빵을 구워낸 것.
부동산개발회사 내외주건의 김신조 사장은 “짜증나거나 우울하다가도 빵 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며 “고객들이 좋은 분위기 속에서 집을 고를 수 있도록 직접 모델하우스에서 빵을 구웠다”고 말했다.
‘빵 냄새’ 마케팅 덕에 이 아파트는 분양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서도 조기에 계약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소비자의 코끝을 자극해 지갑을 열게 만드는 ‘후각(嗅覺) 마케팅’이 활발해지고 있다.
좋은 냄새는 일단 매장 분위기를 친근하게 만든다. 상품을 평가하는 고객들의 감각을 높여 주는 것은 물론이다.
서울대 곽금주(심리학) 교수는 “신선한 빵 냄새, 커피향, 꽃향기는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좋은 기억을 불러일으키곤 한다”며 “코끝을 자극하는 마케팅은 소비자 선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하루에 5번이나 직접 빵을 구워 파는 이 편의점에선 일반 편의점보다 매출이 30% 더 많다.
빵을 비롯해 음료와 유제품 등 관련 제품들이 잘 팔리는 것은 물론 하루 종일 매장에 가득한 신선한 빵 냄새가 고객들을 불러 모으면서 다른 제품의 매출도 높은 편.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선 매장 특성이나 계절에 따라 향기를 바꿔 사용한다.
지하 식품매장은 헤이즐넛향을 이용해 식욕을 자극한다. 또 의류 매장은 계절에 어울리는 향을 뿌린다.
이 백화점의 향기 마케팅을 맡고 있는 향기 회사인 유유칼믹의 정호철 영업팀장은 “봄에는 아카시아향, 겨울에는 따뜻함이 느껴지도록 유자향을 뿌려 소비자들이 은연중에 계절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멀티플렉스극장 CGV는 매년 3억 원 이상을 들여 전국 상영관에 피톤치드향(노송향)을 뿌린다. 피톤치드향이 관객들의 후각을 자극해 영화의 감동을 높이는 촉매제가 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냄새와 다소 무관해 보이는 제품들도 잇따라 향기를 입고 있다.
LG전자의 휴대전화 ‘흰색 초콜릿폰’은 숫자 버튼을 누를 때 라벤더향을 풍긴다. 금호타이어가 5월 선보인 타이어 ‘엑스타 DX 아로마’도 고무 냄새 대신 라벤더향을 맡을 수 있다.
속옷 제조회사 인따르시아도 숙녀용 양말에 로즈메리향을, 신사용 양말엔 솔향과 박하향을 입혀 발 냄새를 줄여 주는 양말을 내놓았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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