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수합병 통한 무서운 기업 확장
이들 그룹은 대부분 관련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하면서 급성장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STX 그룹.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쌍용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으로 지내던 중 퇴출 위기를 겪던 쌍용중공업(STX엔진·이하 괄호안은 현재 회사명)을 인수해 2001년 STX그룹을 출범시켰다.
STX그룹은 2001년 대동조선(STX조선), 2002년 산업단지관리공단(STX에너지), 2004년 범양상선(STX팬오션) 인수에 잇달아 성공하면서 출범 5년여 만에 해운 조선 에너지 엔진 등 8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변신했다.
그룹 출범 당시 2933억 원이었던 연간 매출액은 지난해에는 22배인 6조5124억 원으로 껑충 뛰면서 순수 민간기업 기준으로는 이미 재계 20위권에 진입했다.
지난달 대우정밀(S&T대우)을 인수해 화제에 올랐던 S&T그룹도 마찬가지다.
S&T그룹의 모태는 1979년 최평규 회장이 인천 주안공단에 설립한 삼영기계공업사(S&Tc). 사무직과 생산직 6명으로 출발한 이 기업은 2003년 법정관리 중이던 통일중공업(S&T중공업), 2004년 대화브레이크(S&T브레이크) 등을 연이어 인수하면서 지난해 매출이 1조 원에 육박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최근 동아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프라임그룹과 비록 실패했으나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유진그룹을 주목하고 있다.
프라임그룹은 백종헌 회장이 1984년 창업한 호프주택건설이 모태. 1988년 프라임산업을 설립한 후 잇따라 관련업체 인수에 나섰다.
프라임그룹은 시공사인 동아건설 인수에 성공하면 시행(프라임산업) 설계감리(삼안) 프로젝트 파이낸싱(프라임저축은행) 관리운영(프라임개발) 분야를 두루 아우르는 종합 건설업체로 떠오르게 된다.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기도 했던 유진그룹은 1969년 현 유경선 회장의 부친인 유재필 창업주가 세운 영양제과로 첫발을 내디뎠다.
2004년 증권거래소 상장기업인 고려시멘트를 인수했을 당시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말이 돌았을 정도로 화제를 낳았다. 1986년 100억 원대이던 유진그룹의 매출 규모는 지난해 9000억 원대로 성장했다.
○ 끝나지 않은 영토 확장
STX그룹은 최근 해운물류 조선기계 에너지건설 등 3개 부문을 핵심으로 사업구조를 완성했다. 매출의 70%가 수출이어서 2007년까지 중국 서남아시아 극동 유럽 미주 등 5개권 38개 해외거점을 구축할 계획이다.
프라임그룹의 영토 확장도 끝이 없다. 서울지하철 신도림역 테크노마트, 경기 고양시 한류우드, 중국 상하이(上海) 테크노마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철도개량사업 등 국내외에서 굵직한 프로젝트를 활발히 진행해 2008년에는 그룹 매출규모가 1조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한다.
서울증권 인수를 꾀하고 있는 유진그룹은 성장을 위한 ‘신(新)동력’으로 건설 금융 물류사업을 선정하고 그룹 차원에서 이 부문의 사업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진그룹은 “가능하다면 해외 유수의 건설업체를 인수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S&T그룹은 S&T중공업의 실적 호전을 앞세워 2010년 3조 원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거칠 것 없는 행보에 우려를 나타내는 시각도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길기모 연구위원은 “이들 기업은 자신보다 덩치가 더 큰 기업을 인수하며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한 만큼 그룹 전체의 재무 안정성을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4인4색… 총수들의 경영철학
최근 급부상한 4개 중견그룹 총수는 모두 현재 50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은 무서운 에너지로 기업을 키워 내는 과정에서 톡톡 튀는 경영철학을 펼쳐 왔다.
강덕수(56) STX그룹 회장은 늘 ‘멸치와 가물치론’을 입에 올린다.
멸치는 성질이 급해 잡아 옮기는 과정에서 대부분 죽지만 그 사이에 가물치 한 마리만 풀어놓으면 바닷가에서 서울로 옮겨 와도 싱싱하게 살아남는다는 것. 조직의 활력을 위해서는 적당한 긴장이 필요하다는 철학이다. 강 회장은 최근 본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쉬고 싶은 사람은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 가서 쉬면 된다”면서 일에 대한 헌신과 열정을 강조했다.
최평규(54) S&T그룹 회장은 ‘생각 즉시 행동’이라는 스피드 경영을 강조한다. 주위에서 극구 말렸는데도 2003년 통일중공업을 인수한 것은 이를 실천한 것이다.
그는 항상 작업복 차림으로 근무하는 현장밀착형 경영으로 46년간 적자에 시달리던 통일중공업을 인수 1년 만에 흑자기업으로 돌려놓았다.
이 과정에서 사재(私財) 4억2000여만 원을 내놓아 전 직원에게 생산 장려금을 주고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을 부여하기도 했다.
가세가 기울자 맨주먹으로 고향을 떠나 단신 상경한 백종헌(54) 프라임그룹 회장은 “꿈을 가진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말을 공식 석상에서 빼놓는 법이 없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법가(法家) 사상의 하나인 ‘형명참동 신상필벌(形名參同 信賞必罰)’이 그의 경영철학. 사업계획(名)과 실적(形)이 부합하면 상을 주고 아니면 벌을 내린다는 설명으로 자율 속 책임경영 체제를 확고히 하겠다는 뜻이다.
창업주인 부친과 함께 유진그룹을 일군 유경선(51) 회장은 1985년 경기 부천시 레미콘공장에서 임직원들과 숙식을 함께하며 레미콘 사업장을 일으켰다.
당시 유 회장은 오전 6시경 임직원 회의를 시작하는 부지런함으로 악명(?)을 떨쳤다. 오전 6시는 전 세계가 깨어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는 이유였다. 한국의 오전 6시는 미주에서는 오후, 유럽에서는 저녁, 아시아에서는 아침 시간이다.
이들 그룹은 대부분 인수합병(M&A)을 통해 급성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때문에 출범 초기에는 “전주(錢主)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냐”는 악성 루머에 시달려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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