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엔터테인먼트' 투기 바람에 휩쓸렸던 코스닥 개미투자자들이 올해는 대체 에너지 테마에 휘둘리고 있다.
유명 연예인들의 투자참여, 연예 관련 사업 진출 등 솔깃한 정보를 흘리면서 개인투자자들을 유혹했던 코스닥기업들이 최근엔 대체연료 생산, 지하자원 개발사업 등 에너지 테마관련 공시를 앞다퉈 내고 있다.
하지만 사업 실체가 없거나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아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너도 나도 에너지, 주가는 출렁'
MP3플레이어 판매업체 엠피오는 17, 18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쳤다. 주가를 끌어올린 것은 바이오디젤 사업 진출을 위한 자문 계약을 체결했다는 공시였다. 이에 앞서 10일에는 "파푸아뉴기니에서 금광을 개발한다"는 공시를 냈다.
그러나 언제 어떻게 수익이 날지 예상하기 힘든 계약만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대우증권 신동민 연구위원은 "주력업종이 아닌데도 단순히 유행하거나 주목받는 산업이라고 해서 진입을 시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데도 투자자들이 테마라는 이유로 혹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 연구위원은 "광산이나 유전 개발은 도중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업 경험과 회사 규모, 노하우가 중요하다"며 "국내 소형업체의 진출은 허수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에너지 관련 사업 진출을 알리는 공시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대부분 공시 직후 주가가 급등하지만 얼마 안 가 비슷한 속도로 가라앉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액체 여과기 제조업체인 동진에코텍은 지난달 5일 "몽고에서 자원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다음날부터 이 회사 주가는 이틀 연속 상한가를 치며 일주일 만에 46% 이상 급등했다.
TV 홈쇼핑, 영상미디어 제작과 배급, 음식료, 바이오 등 여러 가지 사업을 하는 씨와이알은 이달 9일 "카자흐스탄에서 바이오에탄올 생산과 지하자원 채굴 사업을 시작한다"고 공시했다. 주가는 나흘간 반짝 상승했다가 곧 상승폭 이상으로 하락했다.
올해 7월말 "중국 하이난(海南)성에서 에탄올 혼합연료 사업을 시작한다"고 공시한 아이메카의 주가도 공시 당일 상한가를 치는 등 4일간 급등했다. 그러나 닷새째부터 5거래일 동안은 다시 공시 전 가격으로 곤두박질쳤다.
원래 자동차 설비를 만들던 이 회사는 엔터테인먼트와 홈 네트워크 등 연관성이 없는 분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설비업체 이엔쓰리의 주가는 3~5일 간격으로 20~30%씩 급하게 올랐다가 순식간에 다시 빠지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14일 인도네시아에서 바이오에탄올 사업을 하기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 꿈을 파는 공시엔 관심 끊어야
개미투자자를 유혹하는 테마는 에너지뿐만이 아니다.
이달 셋째 주는 산업자원부가 지정한 '로봇 주간.' 이에 맞춰 지능형 로봇 관련주 가격이 일제히 상승했다. 하지만 상승세는 오래 가지 못했다.
올해부터 청소 로봇 판매를 시작한 유진로봇은 16일 11.61% 급등했지만 이틀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다스텍, 에이디칩스, 세종로봇도 비슷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
한화증권 윤지호 수석연구위원은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대체에너지 사업 계획은 지난해 불었던 바이오 열풍보다 허황된 것일 수 있다"며 "신빙성이 부족한 공시 하나에 주가가 출렁이는 종목에는 아예 신경을 끄는 것이 상책"이라고 조언했다.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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