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왕국 소니, 불량왕국 되나

  • 입력 2006년 10월 20일 03시 04분


‘기술의 소니’가 흔들리고 있다.

소니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리튬이온전지에서는 심각한 품질불량이 발견됐고, 야심적으로 투자해 온 차세대 DVD리코더(재생녹화기)와 주력 게임기는 경쟁업체에 선수를 빼앗겼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주바치 료지(中鉢良治) 사장은 연구개발에 대한 집중투자를 통해 ‘기술의 소니’를 부활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한 상태.

▽불량 전지 문제=미국의 델은 자사 노트북 컴퓨터에 탑재한 소니의 리튬이온전지에서 발화(發火)와 이상 발열 문제가 발생하자 410만 개를 회수하겠다고 8월 14일 발표했다.

이어 열흘 뒤에는 미국의 애플컴퓨터도 소니의 전지 180만 개를 회수하기로 했다.

생산 과정에서 금속 가루가 섞여 들어간 것이 불량 원인이었다. 기본적인 품질관리에 구멍이 뚫려 있었던 것이다.

소니는 자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앞으로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9월 16일, 소니 전지를 사용한 중국산 레노보 노트북에서 발화 사건이 일어났다.

더구나 이번에는 자체적으로 발화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고 외부에 조사를 맡겨 소니의 체면은 땅에 떨어졌다.

지금까지 회수가 결정된 소니 전지는 약 800만 개. 특히 도시바 등 일부 업체는 소니 전지 때문에 제품 이미지가 악화됐다며 손해 배상을 청구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차세대 DVD리코더(녹화재생기)=소니는 3일 차세대 DVD인 ‘블루레이’ 규격에 맞춘 리코더를 발표했다.

기억 용량이 25GB(기가바이트)인 1층 구조형 제품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용량이 50GB인 2층 구조형 제품에서 중대한 결점이 발견됐다. 경쟁사인 마쓰시타전기산업의 블루레이 리코더가 두 층을 다 기록한 데 비해 블루레이는 한 층밖에 기록하지 못했던 것.

차세대 DVD리코더 발매 시기도 마쓰시타는 11월 15일로 잡은 데 비해 소니는 12월 8일로 더딘 걸음을 보이고 있다.

▽주력 게임기=소니는 블루레이를 사용한 주력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3(PS3)를 올봄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출시 시기가 11월로 한 차례 늦춰졌다. 유럽시장에는 내년 봄에야 출시가 이뤄지게 됐다. 블루레이 디스크 드라이브의 핵심 부품인 레이저 다이오드를 대량 생산하는 데 차질이 생겼기 때문.

미국과 일본시장에 배정된 PS3 수량도 400만 대에서 200만 대로 줄이기로 했다.

일본의 경제 전문가들은 소니가 생산 기능을 지나치게 외부에 이전한 것이 시장 주도권을 잃고 표류하게 된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소니가 영화와 음악 등 콘텐츠 분야에 치우치면서 제조업의 기본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다.

소니 리튬이온전지 문제 경위
일자내용
8월 14일미국 델, 노트북용 소니 전지 410만 개 회수 발표
24일미국 애플컴퓨터, 소니 전지 180만 개 회수 발표
25일소니, 전지 문제 종결 선언
9월28일중국 레노보, 소니 전지 52만6000개 회수 발표
소니, 전 세계서 자사 전지 회수 발표
29일도시바와 후지쓰, 소니 전지 회수 발표
10월5일소니 주가 연중 최저치 기록(4340엔)
6일히타치제작소, 소니 전지 회수 발표
13일샤프, 소니 전지 회수 발표
17일소니, 자사 PC 탑재 전지 회수 발표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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