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가 급등으로 세계 각국이 유전 개발 ‘전쟁’에 들어가면서 초대형 해양플랜트의 발주도 크게 늘어났다. 해양플랜트는 어려운 한국 경제에 듬직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 세계 최대 해양플랜트 준공
‘PA-B’란 이름의 해양플랜트는 원유 및 가스의 시추부터 정제 운송까지 한곳에서 할 수 있는 ‘복합 바다에너지공장’으로 단일 해양 설비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9척을 건조할 수 있는 인력이 2년 10개월을 매달려 10일 완공했다. PA-B 넓이(가로 100m, 세로 105m)는 축구경기장 2개만 하고 높이도 102m에 이른다. 수주 금액은 20만 ㎥급 LNG선 2척 가격을 넘는 4억5000만 달러(약 4275억 원).
가스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플레어붐과 원유 정제시설, 좌우로 15m 이동하며 6.5km까지 시추하는 첨단 드릴링타워 등 주요 시설을 둘러보는 데 2시간 넘게 걸렸다.
100여 명이 생활하는 주거시설에는 사우나는 물론 체육관과 30석 규모의 극장까지 갖춰 놓았다.
김준철 삼성중공업 해양PM그룹 부장은 “PA-B는 지진과 극한(極寒)에도 견딜 수 있도록 국내 기술로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 해양설비 수주 급증
PA-B가 설치되는 러시아 사할린 인근 해역에는 투자액만 200억 달러 안팎의 유전개발광구가 9곳이나 개발되고 있다. 서아프리카와 브라질, 노르웨이, 호주 인근 해역 등 세계 곳곳에서도 바다에너지 탐사가 한창이다.
이 때문에 바다에너지 개발의 첨병인 해양플랜트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과 함께 한국의 산업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조선업계가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는 한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중공업은 해양설비 수주 실적이 2004년 15억3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25억8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삼성중공업도 2000∼2004년 매년 평균 4억7000만 달러였던 수주 실적이 올해는 39억 달러(예상)로 급성장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2004년 6000만 달러에서 올해 42억3000만 달러로 2년 만에 수주액이 70배 이상 껑충 뛸 전망이다.
○ 자체 설계, 고급 인력 양성 시급
현재 대형 해양설비 제조는 국내 조선업체가 독점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수익률이 높은 설계와 운영 등은 국내 기술로 못하고 있다. 그동안 당장 돈이 되는 육상플랜트나 조선설계 부문에는 투자가 많이 된 반면 해양전문가 육성에는 관심이 적었기 때문이다.
우주·해양엔지니어링 박사인 원윤상 삼성중공업 상무는 “PA-B의 경우 설계 제작 운영까지 모두 담당했다면 수주 금액이 두 배로 뛰었을 것”이라며 “해양엔지니어링 전문가들을 하루빨리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제=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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