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이틀째…농업, 금융 등 14개 분야 논의

  • 입력 2006년 10월 24일 17시 40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4차 협상 이틀째인 24일 양국은 전날 회의가 중단되는 등 파행을 겪었던 상품 분야의 협상을 다시 시작했다.

상품 분야 개방안은 FTA 협상의 핵심이기 때문에 여기서 진전이 없으면 전체 일정을 진행하는데 무리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양국 협상단은 이날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 신라호텔에서 상품과 농업, 금융, 무역구제 등 14개 분야에서 협상을 이어갔다.

김종훈 한국 측 수석대표는 전날 미국이 제시한 상품 분야 수정 개방안에 대해 "FTA를 체결하고도 관세를 폐지하는데 10년이나 걸린다면 너무 길지 않느냐"고 불만을 표시한바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개방품목을 1000개가량 더 포함시키고 개방 시기도 한층 앞당긴 재수정안을 내놓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 같은 미국의 태도 변화에 따라 대부분의 분과 회의장에서 협상이 활기를 되찾았다.

전날 기자들에게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던 이혜민 한미 FTA 기획단장도 이날은 "협상이 건설적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도 미국이 수세(守勢)에 몰린 섬유 분야에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를 도입하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또 농업 분야에서도 개방 폭을 늘린 수정안을 낼 수 있다는 뜻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배종하 농림부 국제농업국장은 "'아직' 수정 개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해 협상 진행상황에 따라 개방 폭을 늘릴 수 있음을 내비쳤다.

미국은 이날 자동차 분야에서 양국이 함께 참여하는 '자동차 안전기준 작업반'을 상설화하자고 요구했다. 한국에서 자동차 안전기준을 만들 때부터 자국 업계의 이해를 반영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한편 한미 FTA에 대해 긍정적이었던 국내 제약업계는 반대로 돌아섰다.

한국제약협회는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선별등재제도(가격에 비해 효능이 뛰어난 약에 한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를 도입하려고 국내 제약사를 고사시킬 미국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요구대로 신약의 특허기간을 연장하고 복제약의 가격을 낮추면 FTA 체결 첫해 국내 제약사의 매출은 1조3000억 원(연간 국내시장의 약 16%) 줄어들고, 9000여 명(전체의 약 14.5%)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수 제약협회장은 "복제약은 국내 제약사가 신약 개발비를 마련하는 주요 방안인데 가격을 낮추면 신약을 개발할 여력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서귀포=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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