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및 조세정책이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4일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드먼드 펠프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의 이론을 토대로 분석한 ‘펠프스의 연구성과가 경제정책 수립에 주는 시사점’ 보고서를 내놓았다.
펠프스 교수는 정책수단과 목표의 관계를 이론적으로 정립한 경제학자다.
○ 정책 뒷받침하는 증거 부족
이 보고서는 “펠프스 이론에 따르면 충분한 증거에 근거하지 않은 정책수단을 선택하면 당초 목표와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주택 관련 세금을 중과(重課)하면 세금 부담으로 매물이 증가해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상식에 따라 추진됐다.
하지만 집주인들이 늘어난 세금을 집값에 전가할 수 있다는 반대 논리는 고려되지 않았다. 양쪽의 논리를 입증하는 증거를 모두 확보하지 않은 채 정책을 시행한 것.
따라서 경제정책을 세울 때는 효과와 부작용을 모두 고려하고, 정책 강도와 시기를 조절하는 균형감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김자봉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믿음이나 경험적 직관만으로 정책을 시행하면 실패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시장 반응 예측 못해
정부가 정책에 대한 시장 참가자의 반응을 예측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새 부동산 정책이나 조세정책이 실시되면 사람들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행동하는데, 정부가 이런 행동에 대처하지 않으면 정책이 성공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23일 신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하면서 “공급이 늘어 집값이 안정될 테니 지금은 집을 사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시장은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못하니까 공급을 늘리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부가 세금 중과와 공급 대책을 함께 내놨다면 시장의 반응은 달랐을 것이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외곬 정책은 노(NO)’
정책은 이해관계가 다른 그룹에 관련 정보를 모두 제공하고 이익단체의 활동을 보장한 상태에서 확정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정책이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변질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
이와 관련해 정부가 정치적 부담 때문에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조세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 많다.
상명대 함시창(경제학) 교수는 “반대편을 배제한 채 정책을 세우고, 시장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외곬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현 정부의 가장 큰 문제”라며 “경제정책은 과정 못지않게 결과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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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물가상승으로 실질임금이 줄어도 근로자의 임금 인상 요구로 장기 실업률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다는 펠프스(사진) 교수의 이론. 1960년대 정부가 인위적으로 물가수준을 높이면 실질임금이 낮아져 기업이 고용을 늘릴 것이라는 ‘상식’을 깬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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