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 신헌철 SK㈜ 사장,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정만원 SK네트웍스 사장이 이끄는 SK그룹 주요 계열사의 최근 실적은 모두 기대 이상이다. 모처럼 ‘기분 좋은’ 세미나가 될 전망이다.
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CEO 세미나 개최지가 베트남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SK그룹 해외 CEO 회의는 중국에서 열린 데 이어 나라로는 베트남이 두 번째다. 그만큼 요즘 SK그룹이 베트남을 중시하고 있다는 얘기다.》
○ 베트남서 그룹 ‘CEO 세미나’… 새 성장동력 찾기 모색
이번 CEO 세미나의 주제는 ‘자율과 진화를 통한 도전과 성장’이다.
‘진화’라는 단어는 최 회장이 즐겨 쓰는 말이다. 최 회장은 1998년 취임 이후 줄곧 “생존과 성장을 반복하는 것이 진화이고, 진화를 계속하면 발전한다”며 ‘진화 경영’을 강조했다.
최근 이 그룹의 성과는 결과적으로 ‘진화경영’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지난해 쉐라톤워커힐호텔이 흑자로 돌아서는 것을 마지막으로 이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은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일단 ‘생존’의 요건을 갖춘 셈.
이어 전통적인 내수 기업이었던 SK㈜의 올해 3분기(7∼9월) 실적에서 석유제품의 수출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내수 판매를 앞지르면서 ‘진화’의 단계에 들어섰다.
1998년 86억 달러이던 SK그룹의 수출액은 지난해 201억 달러로 늘었다. 올해는 210억 달러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중국 진출 성공적…제2의 기지를 찾아라
SK그룹의 성과는 주로 중국에서 나왔다.
SK텔레콤은 6월 차이나유니콤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고 8월에는 중국 정부와도 차세대 이동통신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난해 9월 의류 브랜드 ‘아이겐포스트’로 중국 소비재 시장에 진출한 SK네트웍스는 올해 말까지 중국 내 유통망을 현재 21곳에서 30개로 늘리기로 했다. 5월에는 선양(瀋陽)에 주유소를 열기도 했다.
SK㈜도 대(對)중국 석유 제품 수출과 유통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 진출이 중국에 편중된 점은 SK그룹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 그룹의 100여 개 해외 법인 가운데 53개가 중국에 있다.
이 때문에 SK그룹 내부에서는 ‘제2의 중국’을 찾는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이번에 CEO 세미나를 개최하기로 한 베트남은 유력한 후보지다.
베트남은 2000년 이후 매년 7.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이어왔다. 인구 8400만 명 중 63%가 30세 이하인 ‘젊은 노동력’의 나라이기도 하다. 시장으로나 투자처로나 모두 매력적이다.
○ “내실 있는 해외 진출이 살길”
전문가들도 SK그룹이 현재와 같은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내실 있는 해외 진출’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룹에서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는 SK텔레콤에 대해 우리투자증권 정승교 연구위원은 “국내 시장에 비해 해외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의 인지도가 낮다”며 “과감한 투자보다는 내실을 갖춘 투자로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SK㈜ 역시 해외 판매처 확보가 관건이다. 동양증권 황규원 연구원은 “올해 실적은 좋았지만 내년에는 석유제품과 화학제품의 시황 전망이 모두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안정적인 해외 판매처를 확보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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