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예탁원 지하금고 들어가보니 귀신도 울고갈 ‘철통 보안’

  • 입력 2006년 10월 30일 03시 01분


“죄송합니다. 카메라와 휴대전화를 모두 꺼내 보관함에 넣어 주십시오.”

27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의 증권예탁결제원. 1층 입구에서 기자들과 예탁원 담당자 사이에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날 지하 5층 유가증권 보관용 금고 공개 행사를 연 예탁원이 사전예고 없이 휴대전화와 카메라의 반입을 금지하고 나선 때문이다.

“휴대전화도 안 되느냐”며 기자들이 불만을 표시하자 예탁원 측은 “국가보안시설이라 어쩔 수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대형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5층으로 내려갔다. 너비 3.5m, 두께 1m의 육중한 금고 문이 앞을 가로막았다. 스테인리스스틸로 만들어진 금고 문 앞에 2명의 직원이 대기하고 있었다.

“전 직원 가운데 이 2명만이 금고 다이얼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습니다. 담당이 바뀌면 비밀번호도 당연히 바뀌지요.” 안내를 맡은 직원의 설명이다.

이어 “금고 벽 바깥으로는 근처에서 끌어올린 지하수가 흐르고 있다”며 “침입자가 벽에 구멍을 뚫는다 해도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금고 시설을 만드는 데 36억 원이 들었다는 얘기도 했다.

예탁원의 유가증권 보관금고에는 국내에서 발행된 모든 채권의 실물이 보관돼 있다. 실제로 200평 넓이, 15m 높이의 공간에는 약 4500만 장의 채권이 든 상자들이 빼곡히 쌓여 있었다. 모두 합치면 20조 원어치가 넘는다고 했다. 금고 천장과 벽에는 수십 대의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다.

예탁원 측은 금고의 철통보안 시설을 자랑하면서도 고민을 털어놨다.

“대주주인 증권선물거래소 본사가 있는 부산으로 곧 예탁원 전체가 옮겨질 처지입니다. 당장 이 건물을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이 건물은 겉으로 보기에 높이 30m 이상으로 10층이 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층수는 7층에 불과하다. 지하 금고에 맞춰 설계하다 보니 일반 사무용 건물로 쓰기에는 비효율적이 된 것.

이 관계자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눈치도 있어 불만을 겉으로 드러내기도 어렵다”고 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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