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유통시장 흔들기 본격화하나

  • 입력 2006년 10월 31일 03시 03분


“방송이든 인터넷이든 ‘유통망(net-work)’을 쥔 쪽이 권력을 행사하게 돼 있다. 국가 예산을 지원 받는 ‘신문유통원’이 신문의 전국 배달망을 장악했을 때 신문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새로운 권력이 탄생하는 것 아닌가.”

30일 낮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 신문유통원 개원 1주년을 맞아 기자 간담회를 연 강기석 원장에게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강 원장이 이날 “올해 100억 원에 이어 내년에 국고 350억 원을 투입해 수도권과 강원도에 완전 공동배달망을 조기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신문유통원은 올해 공동배달센터 51곳 중 48곳(94%)을 수도권에 연 데 이어 내년에는 전국 223곳 중 180곳(81%)을 수도권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러나 신문유통원의 ‘수도권 집중 전략’에 대해 신문사별 배달망이 확충돼 ‘배달 장벽’이 거의 없는 시장의 질서를 흔들 뿐만 아니라 정부의 입맛에 맞는 특정 신문만을 지원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신문유통원은 신문공동배달제도 시행을 위해 지난해 11월 신문법에 따라 설립된 기구로 문화관광부 장관이 원장을 임명하며, 문화부 문화미디어국장이 당연직 이사를 맡고 있다. 예산도 앞으로 3∼5년간 국고의 지원을 받는다.

▽왜 배달 장벽 없는 수도권에 집중하나?=신문유통원은 지난해 7월 사보 ‘해다미’ 창간호에서 “산간 오지나 도서 벽지까지 보고 싶은 신문을 배달하겠다”고 밝혔다.

신문유통원의 설립 취지 중 하나가 소외지역에 대한 ‘정보 선택권’을 보장해 주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문유통원이 올해 개소한 센터 51곳 중 강릉, 평창, 인제 등 강원지역 3곳을 제외한 나머지 48곳은 모두 수도권이다. 내년에는 수도권 센터가 모두 235곳으로 늘어나면서 신문공동배달망은 사실상 수도권망이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서는 국가가 여론의 다양성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신문사 간 경쟁의 결과로 형성된 신문 시장에 개입하려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수도권은 이미 시장 상황에 따라 신문사들끼리 공동배달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배달에 대한 물리적 장벽이 거의 없는 지역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신문유통원은 막대한 국고를 지원 받아 센터 한 곳에 ‘사무실 임차료 5000만 원 지원, 운영비 3000만 원 대출’이라는 조건을 내걸며 신문 유통 시장을 흔들고 있다.

유재천 한림대 특임교수는 “소외지역이 아닌 수도권에 공배 센터를 집중 신설하는 것은 정부가 도와주고 싶은 특정 신문들의 구독 편의를 봐주겠다는 의도밖에 안 된다”며 “이 같은 조치는 독자의 자유로운 선택으로 형성된 신문 시장에 정부가 의도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비판 신문의 배달 서비스를 지체할 수도=강 원장은 이날 “유통원은 배달만 담당하고 독자 관리나 마케팅 활동은 기존 지국에서 담당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문유통업계에서는 “수십 년간 투자해 온 무형의 자산인 배달망을 국가에 넘기는 것은 무모한 처사이며 언론 자유를 보장받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 예산을 지원 받는 신문유통원에 배달을 완전 위탁할 경우 정부에 거슬리는 신문은 배달을 통제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공동배달에 참가하더라도 차별화된 독자 관리나 서비스는 여전히 개별 신문사 지국의 몫으로 남아 있어 이중 부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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