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찬 찬… ‘예스맨’ 일색 은행 사외이사제 손본다

  • 입력 2006년 11월 2일 02시 56분


《시중 은행 사외이사인 A 씨는 올해 10여 차례 열린 이사회에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 회의에서 자기 의견을 내본 적도 없다. 모든 안건에는 찬성표만 던졌다. 그러고도 월 400만 원가량을 받았다. 이처럼 은행 사외이사 제도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등 국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일 공청회를 열고 ‘은행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제시하기로 했다. 이 개선 방안은 금융감독위원회 감독 규정과 금융감독원 시행 세칙 등에 반영된다.》

○ “대주주 입김에서 벗어나라”

개선 방안은 사외이사와 감사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 및 감사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때 대주주와 특수 관계에 있는 사람을 배제하도록 했다.

은행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다면 사외이사 중 1명을 선임이사로 정해야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다고도 했다.

금융연구원은 “최고경영자(CEO)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상황에선 이사회가 경영진 견제는 고사하고 제 목소리도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개선 방안은 또 은행 임원을 선임할 때 과거 금융회사에서 활동한 경험과 금융인으로서의 자질을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현행 금융감독 규정은 은행 임원을 선임할 때 임원 후보가 문책이나 경고를 받는 등 결격 사유가 있는지만 확인하고 있다.

홍익대 전성인(경제학) 교수는 “지배구조의 핵심인 은행장을 선임할 때 획일적인 기준만 따질 게 아니라 자질을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장 급여 체계를 성과급 위주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전문가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지금은 기본급, 단기 성과급, 장기 성과급이 모두 같은 비율로 지급되고 있는 데다 기본급만 연간 1억5000만 원 이상을 받고 있어 은행장들이 적극적으로 성과를 높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보험 증권사도 사외이사 추진

금융계 일각에서는 자산운용회사 등 증시에 상장되지 않은 금융회사에 대해선 투명성 제고를 위해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제도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금융 당국은 상장사협의회에서 관리하는 사외이사 인력 풀을 활용해 비(非)은행 금융회사의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회사 경영계획에 소액주주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예를 들어 소액주주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1998년 집중투표제가 도입됐지만 현재 정관에 이 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은행은 없다.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장은 “은행장 이사 감사 등 경영에 영향을 주는 사람을 투명한 절차로 뽑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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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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