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안에서 이중 삼중의 결재를 거치는 ‘내부회계 관리제도’도 갖춰야 하고, 이를 감시하는 회계법인도 선정해야 한다.
최 팀장은 “내부회계 관리제도를 만들려면 적어도 5000만 원 이상을 회계법인에 컨설팅 비용으로 내야 한다”며 “하지만 제도를 갖춰도 이를 유지하려면 직원을 더 뽑고 복잡한 의사결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 비용은 계산이 힘들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내년부터 외감법 적용 대상이 확대되면서 비용 부담을 걱정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아무리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라고 하지만 추가로 돈을 써야 하니 고민에 빠진 것.
○ 외감법은 한국판 사베인-옥슬리법
기업들의 회계 처리 과정을 외부 회계법인이 감시하도록 하는 법이 외감법이다. 2003년 SK글로벌의 회계 분식 사건으로 금융시장이 출렁거리자 정부가 이 법을 개정하고 기업 회계 감시 체제를 강화했다.
2001년 12월 미국 에너지기업인 엔론이 회계법인과 공모해 분식회계를 벌인 사실이 들통 난 이후 미 의회가 통과시킨 ‘사베인-옥슬리(SOX)법’을 벤치마킹했기 때문에 ‘한국판 SOX법’ 이라고도 불린다.
개정된 외감법에 따라 내년부터 직전 회계연도 말 기준으로 자산 규모가 500억 원 이상인 비상장 회사와 모든 거래소, 코스닥 상장법인은 회사 안에서 이중 삼중의 결재를 거치는 내부회계 관리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또 회계법인으로부터 이런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검사받아야 한다.
2004년 말 기준으로 개정 외감법 적용 대상 기업은 내년에 3385개이고, 2009년에는 1만3100여 개로 늘어난다.
○ 특수(特需) 누리는 회계법인도 기업 걱정
외감법이 도입되면서 국내 회계법인은 ‘외감법 특수’를 누려 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5회계연도에 국내 86개 회계법인의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섰다. 외감법 개정안에 따른 내부회계 관리제도 도입 용역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런 특수를 누려 온 회계법인에서조차 기업 규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기업이 이 제도의 적용 대상이었지만 앞으로는 중소기업으로까지 확대되기 때문이다.
삼일회계법인 이재은 상무는 “규모가 작은 기업에는 내부회계 관리제도 기준을 완화해 줄 필요가 있다”며 “현재 기준은 중소기업에 적용하기에는 엄격한 부분이 많아 일단 이 기준에 따른 결산이 시작되면 부담이 예상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미국에서는 SOX법 개정 움직임
미국에서는 SOX법을 준수하는 데 드는 비용 부담이 너무 커 미 증시를 떠나 해외 증시에 상장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국제재무책임자협회(FEI)에 따르면 미 기업들은 SOX법을 지키기 위해 매년 평균 380만 달러(약 36억 원)를 지출한다. 하지만 런던이나 홍콩 증시에 상장하면 이런 비용 부담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SOX법의 존재 유무에 따라 비용면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것.
이 때문에 최근 미국에서는 SOX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나서서 개정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과도한 기업 규제라는 비판 때문이다.
한국의 내부회계 관리제도 적용 대상 기업 | ||
시기 | 적용 대상 | 기업 |
2007년 1월 1일 | 상장기업 및 자산규모 500억 원 이상 기업 | 3385개 |
2009년 1월 1일 | 전체 외부감사 대상 기업(자산규모 70억 원 이상) | 1만3102개 |
2004년 말 현재. (자료: 금융감독원) |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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