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바이 베트남’

  • 입력 2006년 11월 2일 02시 56분


《한 달에 한 번꼴로 베트남에 출장을 가는 한국증권 신사업추진실의 송범진 차장. 그는 요즘 베트남에 갈 때마다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 메이저 증권사들의 질문 공세를 받는다. “베트남에 투자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어떤 종목을 샀느냐” “투자수익률은 얼마나 되느냐” 등등. 한국증권은 올해 6월부터 베트남 기업에 투자하는 1000억 원 규모의 ‘베트남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헤지펀드들이 베트남 기업에 투자한 적은 있지만 증권사가 자기 이름을 내걸고 펀드 운용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송 차장은 “베트남이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면서 국내 증권업계는 물론 외국 금융기관들도 베트남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 베트남 진출 러시

서울 여의도 증권가는 베트남 진출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베트남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브릿지증권. 4년간 시장 조사를 면밀히 하면서 남다른 공을 들여 왔다. 올해 하노이에 사무소를 열어 ‘전진기지’를 설치한 브릿지증권은 다음 달 베트남 관련 펀드를 선보이는 등 현지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9월 베트남투자청의 공식 투자 파트너로 선정된 한국증권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에셋은 맵스자산운용이 8월 현지 사무소를 열었고 동양종합금융증권은 9월 사업 허가를 받아 11월 현지 사무소 개소식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증권과 한화증권, SK증권도 베트남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단계다.

○ 왜 베트남인가

국내 증권업계에 베트남은 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인 ‘블루오션’으로 받아들여진다.

국내의 파이가 작아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하는 시점에 베트남이 번쩍 눈에 띈 것.

베트남은 연평균 성장률이 6∼7%에 이르는 고성장 국가로 중국 인도에 이은 제2의 신흥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 공산주의 국가지만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 자본주의를 도입하는 데 적극적이다.

민영화를 기다리고 있는 공기업도 2800여 개에 이른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내년부터 이들 공기업이 민영화할 때 주간사회사 역할을 할 수 있다.

국영기업들이 사용권을 갖고 있는 부동산 개발에 자본을 투자하거나 성장 속도가 빠른 베트남 기업들에 투자해도 된다. 어떤 형태로든 시장을 선점하면 나중에 큰돈이 된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의사결정 시스템이 비민주적인 공산주의 국가라는 점은 투자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무분별한 베트남 러시는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브릿지증권 변원섭 글로벌팀장은 “베트남이 호락호락한 시장은 절대 아니다”며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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