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드러나는 외환은 헐값 매각

  • 입력 2006년 11월 2일 15시 05분


검찰이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과 관련해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을 사법처리하기로 방침을 굳혀, 2003년 7월을 전후한 외환은행 매각 비리 의혹의 실체가 조만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8개월 가까이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이라는 본체와 외환은행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비자금 조성, 로비 의혹 등을 함께 수사한 끝에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 조작이라는 `꼬리'를 잡는 데 성공했다.

이어 이강원 전 행장을 사법처리하는 단계로 곧바로 넘어가려는 것은 그가 외환은행의 최고 경영자였다는 점에서 헐값매각 의혹이라는 몸통 수사가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음을 의미한다.

검찰은 이 전 행장에게 개인 비리와 관련된 혐의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외환은행을 더 비싼 가격에 매각할 수 있었는데도 저평가된 금액에 서둘러 론스타에 팔아 넘겨 결과적으로 외환은행과 주주에게 손해를 끼친 것으로 검찰이 내부 결론을 내린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연쇄 사법처리 예고 = 이 전 행장에게 외환은행 매각에 따른 손해의 책임을 묻는다면, 당시 매각 근거로 사용된 각종 수치 등 외환은행의 경영 자료 역시 잘못됐다는 결론을 내릴 여지도 있다.

감사원은 올 6월 헐값매각 의혹과 관련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매각 당시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정확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8% 이상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검찰도 이 전 행장 등 관련자들을 몇 달 간 조사하면서 매각 당시 BIS 비율이 지나치게 낮게 산정됐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이 전 행장 사법처리 후 이달용 전 부행장과 실무진, 일부 자문사 관계자 등 3~4명의 연쇄 사법처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또 이 전 행장이 론스타측으로부터 최종 주식매매계약 체결 전 행장 유임을 보장받았다가 중도 퇴임 결정 이후 보상금 명목으로 모두 26억 원을 받은 부분도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 책임자 끝내 못 밝힐 수도 = 검찰이 이 전 행장과 이달용 전 부행장을 사법처리하게 되면 남는 것은 매각 당시 대주주였던 정부의 판단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점이다.

검찰은 당시 경제부총리였던 김진표씨와 청와대 정책수석을 맡았던 권오규 경제부총리, 이정재 전 금감위원장 등 전ㆍ현직 고위 경제관료들을 모두 조사했다.

남은 사람은 론스타의 법률 자문을 맡은 김&장에서 고문으로 몸 담았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정도다.

그는 당시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과 김석동(현 금감위 부위원장) 금감위 감독정책 1국장 등 인맥을 통해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 자격을 갖도록 법률적 조언을 하는 등 막후에서 움직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전 부총리를 몇 개월째 출국금지 조치만 해놓고 "때가 되면 부른다"며 조사를 미뤄왔다.

김석동 부위원장은 최근 국회 법사위의 대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와 "당시 상황으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 전 부총리를 제외하고 나머지 전ㆍ현직 경제관료들은 참고인 신분임을 누차 밝혔고, 방문조사를 한 경우도 있어 이들에 대한 조사는 사실관계 확인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 결과 이 전 행장과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이 사모펀드에 불과한 론스타에 매달린 정황이 곳곳에 드러났는데 정부가 지분을 가진 거대은행을 은행장과 재경부 국장 선에서 펀드에 매각할 수 있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는다.

미국으로 달아난 론스타 코리아 전 대표 스티븐 리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한 정관계 및 금융계 등과 관련된 로비 의혹도 묻힐 수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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