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홈쇼핑 TV 방송에서 ‘블랙앤데커’의 전동공구를 파는 쇼핑호스트가 고객들에게 하는 말이다.
이 회사는 블랜앤데커와 손잡고 홈쇼핑의 주 고객인 주부들을 겨냥해 해머드릴, 스크루드라이버 등으로 구성된 가정용 전동공구 세트를 따로 만들었다.
과거엔 남성고객을 의식해 드릴로 벽돌을 뚫는 장면을 연출했다. 하지만 요즘엔 주부의 시선을 끌기 위해 의자나 시계, 가구를 고치는 등 생활 속의 쓰임새를 알려주는 방식으로 방송한다. 전통적으로 남성이 주 소비층인 전동공구의 마케팅 대상이 여성으로 바뀐 것.
김관용 CJ홈쇼핑 생활용품팀 상품기획자(MD)는 “DIY(Do It Yourself·스스로 만들기)에 관심 많은 주부를 대상으로 조만간 DIY용 공구 세트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 틈새시장을 노려라
‘성역(性域) 파괴’ 마케팅 바람이 불고 있다.
남성 전용으로 여겨지는 제품들이 여성을 타깃으로 마케팅에 나서는가 하면 여성이 주 소비층인 시장에 남성전용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진로가 내놓은 순한 소주 ‘참이슬후레시’의 새 광고에는 무명의 남자 모델이 등장한다. 지금까지 소주회사들은 주 고객인 30, 40대 남성을 겨냥해 그들이 선호하는 젊은 여성 스타들을 광고 모델로 썼다.
김정응 LG애드 국장은 “소주 광고에 남성이 등장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여성고객이 점점 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현대백화점 목동점의 지하1층에는 까만 남성정장 사이에 놓여 있는 분홍 란제리가 눈에 띈다. 여성복 매장과 별도로 남성복 매장에서 여성 속옷을 팔고 있다.
김태경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바이어는 “여자친구나 아내에게 속옷을 선물하려는 남성이나 남성과 함께 쇼핑하러 온 여성고객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 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스쿠터도 여성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
이탈리아 클래식 스쿠터 ‘베스파’의 수입회사인 트리비코는 여성고객을 대상으로 영화제를 여는가 하면 생리대 회사나 녹차음료 회사와 손잡고 공동 마케팅(co-marketing)을 펼치고 있다.
이 회사 송지영 대리는 “빨강 분홍 보라 하늘색 등 색색의 예쁜 스쿠터가 나오면서 여성들이 스쿠터를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여기게 됐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주로 찾는 피부 관리실이나 성형외과, 네일케어 전문점도 남성전용 간판을 내걸고 있다.
피부관리실 ‘이명훈보스클럽’, 성형외과 ‘레알포맨’ 등은 남성고객만을 상대로 한다. 서울 중구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도 7층 남성복 매장에 남성 전용 네일케어 숍을 열었다.
LG경제연구원 박정현 선임연구원은 “메트로섹슈얼(외모에 관심 많은 남성)이나 일하는 여성이 늘어난 데다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시장이 세분화되고 있어 남녀로 구분된 시장 경계선이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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