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公, 발전용 수요 2년 앞도 예측 못했다

  • 입력 2006년 11월 3일 03시 00분


한국이 2017년까지 매년 심각한 천연가스 공급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본보가 2일 단독 입수한 한국가스공사의 ‘연도별 천연가스 수요 전망’에 따르면 국내 천연가스 수요는 내년 2675만 t에서 2017년 3881만 t으로 연평균 4.9%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금까지 한국이 확보한 천연가스 물량과 비교하면 2017년까지 총 1억4433만 t의 천연가스가 부족한 셈이다. 지난해 천연가스 소비량(약 2285만 t)을 기준으로 6년 이상 쓸 수 있는 규모다.

가스공사는 최근 이 같은 자료를 산업자원부에 보고했으며 정부는 이를 반영해 다음 달 ‘제8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가스공사의 전망치를 기준으로 2년에 한 번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을 작성해 발표하고 있다.

○ 발전용 수요 급증 때문

천연가스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는 2004년 12월 ‘제7차 천연가스 수급계획’ 발표 때도 제기됐다.

당시 정부는 국내 천연가스 수요가 연평균 3.93% 증가할 것으로 예상해 2017년까지 6256만 t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지만 공급자와 협상해 추가 확보할 수 있는 물량(1억573만 t)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번 가스공사의 수요 전망에 따르면 앞으로 확보할 가능성이 있는 천연가스 물량을 다 더해도 2017년까지 3860만 t, 매년 67만∼753만 t의 가스가 부족하다.

가스공사는 천연가스 수요를 더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 성균관대 계량경제학연구센터와 함께 작업을 벌였다. 그 결과 특히 발전(發電)용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면서 2년 만에 전망치가 바뀌었다.

정부는 2004년 수급계획에서 발전용 수요는 2007년을 정점으로 감소해 2017년까지 연평균 0.32%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번 전망에서 발전용 수요는 연평균 4.48%씩 증가하는 것으로 돼 있다.

고(高)유가에 따라 석유 대신 천연가스로 발전을 하고, 장기적으로는 석탄이나 원자력발전소 건설계획이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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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량 부족, “네 탓이오”

이처럼 수요가 늘어도 공급이 충분하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충분한 물량을 미리 확보하지 않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천연가스는 20∼30년 단위로 들여오는 장기계약이 전체 물량의 80∼90%를 차지한다. 그런데 가스공사는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천연가스 도입을 위한 장기계약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 측은 1999년부터 정부가 추진 중인 ‘가스산업 구조개편’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작업은 가스공사를 민영화하고 경쟁체제를 도입해 민간사업자도 가스 공급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가스공사 관계자는 “가스산업 구조개편이 이뤄지면 민간사업자가 도입할 수 있는 물량이 남아 있어야 하는데 가스공사가 장기계약을 하면 민간사업자 몫이 없어질 것으로 보고 정부가 장기계약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2002년 정부의 제6차 천연가스 수급계획에도 2003년부터 장기 공급물량이 부족할 것이라고 돼 있지만 장기계약은 2005년에 이르러서야 처음 이뤄졌다.

그러나 산자부의 설명은 정반대다.

산자부 고위 관계자는 “물량이 남아돌면 경쟁체제를 빨리 도입해 효율성을 높이라는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우려해 가스공사에서 스스로 대량 장기계약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가스 부족, 세계적인 현상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추세를 볼 때 한국은 당분간 천연가스 공급 부족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이 올해부터 천연가스를 수입하기 시작했고 미국에서도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천연가스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또 유가가 올라가면서 석유 대체수요도 늘고 있다.

공급 측면에선 중동 지역에서 새로 개발되는 천연가스 물량이 대부분 유럽이나 미국으로 넘어가고 있고 한국이 상당부분 의존해 온 인도네시아의 천연가스 생산은 감소하고 있다.

한원희 한국가스공사 가스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가스산업 구조개편 때문에 물량을 미리 확보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이제부터라도 일본처럼 해외 천연가스 개발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는 등의 대책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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