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카페]건설사들의 자업자득

  • 입력 2006년 11월 6일 02시 59분


《건설회사 식당에 웬 인도식 카레? 건설사들이 부족한 엔지니어 수요를 메우기 위해 인도인들을 거의 모셔오다시피 하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럼, 현장에서 잔뼈가 굵어진 우리 인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잘렸습니다. 외환위기 그 이후.… 이 모두 미래를 보는 눈, ‘눈 짧은 비용’입니다.》

요즘 건설회사 구내식당에 가면 머리에 터번을 두른 인도 사람들이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플랜트(산업설비) 설계를 담당하는 엔지니어들입니다.

건설사들이 인도인들을 본격 채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입니다.

해외 건설공사는 넘쳐나는데 국내 엔지니어가 많지 않아 업체들은 치열한 스카우트 전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 SK건설 등은 작년 말 신사협정을 맺었습니다. 서로 싸우지 말고 해외로 눈을 돌리자고 말입니다.

단연 영어가 유창한 인도인이 많습니다. 인도공대(IIT) 등 명문대 출신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인건비는 국내 인력의 70% 수준이랍니다.

GS건설은 지난해 말 10명에 그쳤던 외국인 엔지니어를 117명으로 늘렸습니다. 이 중 70명이 인도인입니다. SK건설은 외국인력 40명 중 인도인이 6명입니다.

하지만 인도인 엔지니어 구하기도 점점 힘들어진다고 합니다.

수시로 인도를 방문하는 A건설 인사 담당자는 “인도인은 2배수를 뽑아야 목표를 채울 수 있다”고 푸념합니다. 인기가 높아지자 ‘비싸게 군다’는 것이지요.

면접 참석률이 절반 정도인 데다 막상 연봉 계약을 하려 하면 서명하지 않고 연봉증명서를 달라고 한답니다. 이를 다른 회사에 보여 주고 “더 주면 옮기겠다”고 ‘네고’를 한다네요.

어렵사리 뽑은 인도인이 혹시 떠날세라 노심초사하기도 합니다. SK건설 GS건설 등은 인도인 엔지니어를 위해 점심 때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인도요리 전문점에서 사모사(전통만두), 탄두리 치킨, 카레 등을 ‘공수’해 옵니다. 올해 국내 업체들의 해외 건설공사 수주금액은 사상 최대규모인 16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협상이 마무리 단계인 포스코건설의 100억 달러짜리 나이지리아 철도공사를 빼도 그렇습니다.

일감은 계속 늘어나는데 언제까지나 인도인들만 쳐다봐야 할까요.

해외건설협회 장진구 실장은 “외환위기 이후 건설사들은 구조조정을 한다고 숙련 기술자들을 내보냈고 젊은 엔지니어 양성에도 소홀히 했다”고 말합니다. 지금이라도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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