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정보기술(IT) 분야의 쟁쟁한 인재들이 승선을 꿈꾸는 최고의 글로벌 기업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거대기업이라는 점은 인생을 걸고 진로를 택해야 하는 젊은이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2001년 당시 미국 하버드대 졸업반이던 놀런 마이어도 이런 이유 때문에 MS보다는 작지만 자유로운 ‘텔미네트웍스’란 IT업체가 낫지 않을까 고민했다.
장고를 거듭하던 마이어. 어느 날 생소한 번호가 찍힌 전화 한 통을 받는다.
MS의 인재 확보 노력은 엄청나다. 빌 게이츠 회장이 컴퓨터 영업의 인재를 스카우트하러 중국 상하이까지 직접 찾아간 것은 유명한 일화다.
경영진부터 평사원까지 ‘인재만이 살 길’이란 의식으로 중무장돼 있는 MS. 혀를 내두르게 하는 그들의 인재경영을 살펴봤다.》
○ 캔디디트 제너레이터(Candidate Generator)
당시 스탠퍼드대 교수였던 굽타 부사장은 게이츠 회장의 제안을 여러 번 거절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에 집중하길 원했기 때문. 그러자 게이츠 회장은 직접 찾아간 것은 물론 자신의 집에 초대까지 했다. 채식주의자인 굽타 부사장의 독특한 입맛에 맞춘 만찬을 대접해 놀라게도 했다.
그래도 뜻을 굽히지 않자 게이츠 회장은 최후의 방법을 쓴다. 굽타 부사장의 회사를 통째로 인수했다. 인재 확보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전통이 조직에 투영된 것이 ‘캔디디트 제너레이터’라는 팀이다.
300여 명으로 구성된 캔디디트 제너레이터는 굳이 해석하자면 ‘인재발굴단’이다. 일반 인사나 평가 업무는 전혀 하지 않는다. 하나의 목표, 숨어 있는 인재 찾기에만 전념한다.
캔디디트 제너레이터는 전 세계의 정보기술전시회나 세미나, 연구실, 심지어 취업설명회까지 인재가 있을 만한 곳이면 어디든 간다. 거기서 최대한 많은 사람과 접촉하고 누가 뛰어난 실력자인지 리스트를 만든다. 인종 나이 학력 전공 등은 상관하지 않는다.
확보된 ‘직원 후보’는 면접을 통해 채용이 결정된다. 최종 채용까지 임원은 3∼6개월, 사원은 4∼6주가 걸린다. 면접은 함께 일할 동료와 직속상사로 구성된 인터뷰팀이 담당한다. 중요한 건 팀장의 의견과 상관없이 동료의 절반 이상이 반대하면 채용하지 않는다는 점. 인재경영은 조직원의 조화에서 시작된다.
300여명 ‘인재발굴단’ 전세계 누벼
스카우트 안되면 회사 통째로 인수
사내교육통해 내부인재 발탁 병행
○ MS의 인재는 세계를 변화시킨다
외부의 능력 있는 인물을 끌어오는 데 열성이지만 내부에서 인재를 키우는 것도 이에 못지않다.
로비 바흐(사진) 사장은 X박스 비디오게임 사업부의 개발담당자에서 지난해 엔터테인먼트 앤드 장비 사업부 사장으로 발탁돼 MS의 스타 경영자로 떠올랐다. 사내 리더십 교육인 ‘벤치 프로그램’의 산물이다.
벤치 프로그램은 바흐 사장처럼 내부의 우수한 인재를 리더로 키우기 위한 자체 교육 프로그램. 발전 가능성이 큰 인재가 대상이지만 최대한 여러 사람에게 기회를 준다는 게 MS 측의 설명이다.
경영진이 평사원과 수시로 e메일 등을 통해 의견을 나누는 수평적 분위기도 인재경영에 도움이 된다. 근무시간이나 업무공간을 정할 때 직원들에게 재량권을 주는 유연한 근무환경도 강점으로 꼽힌다. 직무 배치에서도 직원들이 다른 업무를 원하면 대체로 순환시켜 준다.
MS의 한 여직원은 최근 ‘83세의 남성 고객이 MS 덕분에 삶이 달라졌다는 e메일을 보냈다’는 내용을 스티브 발머 사장에게 보고했다. MS 측은 “그 고객의 사례처럼 직원 모두 MS가 세계를 변화시키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자부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세계를 변화시키는 힘은 인재경영에서 나온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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