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단임인 여경협 회장은 특별회비(1억5000만 원)를 내야 하고 월급도 없는 명예직이다. 그런데도 최대 경제인 조직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늘 구인난을 겪지만 여경협 선거는 대통령 선거를 방불케 하는 열기를 자랑한다. 4대 회장 선거 당시에는 당선 유효 여부를 놓고 재판까지 벌어졌을 정도다.
여경협 회장이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등 정부부처 산하 각종 위원회에 위원 또는 고문으로 들어가 있어 권위를 인정받는 데다 이런 모임을 통한 ‘네트워크 구축’도 회장직의 큰 장점이기 때문. 여경협 회장(현재 정명금 회장)이 당연직으로 소속된 정부 위원회 또는 단체 수만도 20개에 가깝다.
지금까지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는 △여경협 부회장인 김현숙(70) 경신공업 회장 △서울지회장을 맡고 있는 박재숙(58) 반도환경개발 사장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안윤정(59) 사라 사장 등 세 명.
김 회장은 한해 매출 4000억 원에 이르는 자동차용 전기배선기 생산업체 경신공업을 20년째 이끌고 있는 중공업계 여걸이다. 박 사장은 난지도 하늘공원과 남산골 한옥마을 등의 조경 공사를 맡은 바 있는 조경업계의 대표 주자. 패션 디자이너 출신인 안 사장은 숙녀복 ‘앙스모드’로 잘 알려져 있다.
이들은 회장 선거권을 가진 각 지회 임원진을 상대로 치열한 물밑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경제계는 후보들이 모두 규모 있는 사업체를 이끌고 있고, 여경협 안에서도 지위가 비슷해 이번 선거가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 번에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신임 회장은 전국 지회 임원으로 구성된 대의원 200여 명이 12월 20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에 모여 뽑는다.
여경협 측은 몸싸움과 법정다툼으로 얼룩진 4대 회장 선거를 의식해 외부 인사 중심으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정 선거’를 다짐하고 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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