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 남성이 공기총을 전용 케이스에 담아 들고 지하주차장부터 1층 VIP룸까지 들어가는 동안 별다른 제재 없이 경비시스템을 통과해 은행 경비가 허술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달 20일에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국민은행 강남역지점 PB센터에 정모(29) 씨가 침입해 권총으로 지점장을 협박한 뒤 현금 1억500만 원을 빼앗아 달아나기도 했다.
6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27분경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은행 본점 1층 로비에서 정모(37) 씨가 VIP룸 직원 윤모(29·여) 씨를 공기총으로 위협하고 은행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난동을 부렸다.
이를 본 청원경찰 박모(42) 씨 등 3명이 곧 정 씨에게 달려들어 제압했고 이 과정에서 정 씨는 실탄 1발을 천장을 향해 발사했다. 공기총에는 모두 5발이 장전돼 있었다.
경찰은 “본점에 도착한 정 씨가 ‘은행장을 만나러 왔다’고 하자 청원경찰이 1층 VIP룸으로 안내했다”고 밝혔다.
VIP룸에 들어간 정 씨가 공기총을 꺼내 “은행장을 만나게 해 달라”며 여직원에게 총을 겨눈 채 은행장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근처까지 간 뒤에야 청원경찰이 정 씨를 진압했다는 것.
경찰 조사 결과 정 씨는 아내의 휴대전화 통화 명세를 조회해 이 은행 모 지점에 근무하는 자신의 아내가 다른 지점에 근무하는 남자 직원과 불륜 관계라고 의심해 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 씨는 이 남자 직원이 근무하는 지점으로 찾아갔으나 지점장이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하자 은행장을 만나기 위해 여의도 본점으로 갔다는 것.
정 씨는 경찰에서 “지난달 31일경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총포사에서 110만 원을 주고 5.0구경 공기총을 샀다”며 은행 측이 남자 직원을 만나게 해 주지 않으면 협박할 생각으로 공기총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정 씨가 “1995년 2월에 입대해 정신과 치료를 받은 뒤 8월 의가사제대했다”고 말함에 따라 정신 감정 여부를 검찰과 협의하기로 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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