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경기 과천시 별양동 주공아파트 단지 내 뉴코아아웃렛 문화센터. 강좌가 끝난 뒤 삼삼오오 모인 주부들 사이에서는 집값 급등이 단연 화제였다.
과천시의 아파트 매매가는 전국 최고. 부동산 114의 지난주 조사에 따르면 이곳 아파트의 평당 매매가는 평균 3404만 원으로 서울 강남구(3324만 원)를 앞질렀다.
그러나 집을 사려는 사람은 물론 집주인, 부동산 중개업소까지 어느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 사는 사람은 '비싸게 산 건 아닌지', 파는 사람은 '더 오르지 않을지', 중개업소는 '거래가 끊기면 어쩌나' 등 각기 다른 걱정에 휩싸였다.
●세입자, 집주인 '혼란의 도가니'
6년간 세 들어 살다가 지난주 같은 단지 아파트 매물을 가까스로 구해 7억 원에 산 지현이 엄마(40)가 운을 뗐다.
"잘 산 건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추석 전만 해도 시세가 지금보다 2억 원 낮았으니 속이 쓰려요. 하지만 정부 말을 마냥 믿고 기다릴 수도 없고…."
그러자 20년 '과천 토박이'인 지민이 엄마(49)는 "과천은 경기도가 아니라 '준(準) 강남'이죠. 검단에 신도시 지어봤자 강남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아요"라고 안심시켰다.
하지만 성수 엄마(41)의 대답은 조금 달랐다.
"요새 집값은 믿기질 않아요. 오히려 집값이 한꺼번에 너무 많이 올라 오히려 '팔아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든다니까요. 과천 집값이 강남보다도 올랐다고 하니 괜히 우리까지 정부 정책의 표적이 될까봐 슬슬 겁도 납니다."
●재건축, 신도시, 고분양가 논란으로 급등
과천의 집값은 올해 9월 원문동 주공 2단지 재건축 예비 안전진단이 통과되면서 오름세가 본격화됐다.
이후 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과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 고분양가 논란이 나오자 추석 직후 한 단계 더 뛰었다. 여기에 10월 말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의 신도시 건설계획 발언으로 과천이 추가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집값 급등세가 수그러들 줄 모르고 있다.
과천시 중앙동 1단지 27평형은 9월 7억5000만 원에 거래됐으나 현재 12억5000만 원선으로 급등했다.
과천시 별양동 삼천리부동산 이유순 사장은 "주공 2단지와 사업시기가 비슷한 6단지, 다른 아파트 등으로 불길 번지듯 상승세가 확산됐다"면서 "과천은 재건축, 신도시, 고분양가 등 최근 부동산시장 혼란을 초래한 요소의 '종합 세트'"라고 꼬집었다.
●중개업소 매물 끊겨 애간장
부동산 중개인들도 거래가 끊기자 애간장을 태우며 불안해하고 있다.
뉴코아아웃렛 부근의 G부동산 김모 사장은 "중개수수료가 두둑한 매매 거래를 해본지 한 달이나 됐다"면서 "집주인에게 매물이 있냐는 문의를 하는 것도 겁이 난다"고 말했다.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바람에 호가가 높아졌고, 높아진 호가에 어쩌다 거래가 되면 시세로 굳어지고 있다는 것.
아파트 단지별 인터넷 동호회가 부동산 중개업소에 압력을 행사하는 신종 담합도 나타났다. 과천 대부분의 부동산 중개업소에 '○단지 ○○평형 ○억 원'이라는 시세 안내가 없어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 사장은 "과천시내 대부분의 아파트가 재건축 초기 상황이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면서 "지금 상황에서는 설령 매물이 있다고 하더라도 아파트를 이 가격에 사라고 권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유영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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