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집값 거품이다” vs “거품 아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어떤 상품이 가진 내재가치 또는 고유가치에 비해 가격이 너무 높으면 이를 ‘거품’이라고 규정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재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 거품 유무는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뒤에야 알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집값에 거품이 끼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제시하는 근거 중 하나는 현재 전세금에 비해 매매 가격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매매 가격 대비 전세금의 전국 평균 비율(전세금을 매매 가격으로 나눈 것)은 6일 현재 55.8%로 5년 전에 비해 13%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서울 평균도 같은 기간 63.4%에서 46.6%로, 서울 강남권(한강 남쪽 11개 구)은 59.8%에서 38.9%로 떨어졌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최근 한 보고서에서 “부동산시장이 높은 가격과 극도의 거래 부진을 동시에 겪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거친 뒤 붕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작년 6월 말 현재 전국의 아파트 가격에는 평균 32%의 거품이 끼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시가 6억 원짜리 아파트의 적정 가격은 4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거품이 아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최근의 집값 상승은 풍부한 자금력을 갖춘 40대 중반∼50대 초반의 ‘베이비붐 세대’가 집 구매에 나섰기 때문이며 이를 거품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송준혁 부연구위원은 “외환위기 때 내 집 마련을 미룬 사람들이 2000년 이후 주택 구입에 나서면서 집값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며 “일본에서는 기업들이 부동산을 구매하면서 거품이 쌓였지만 한국은 개인이 살 집을 샀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 “지금 집 사라” vs “지금 사면 후회할 것”
실제로 집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지금이 집을 사야 하는 시기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이사는 “단기간에 집값이 너무 큰 폭으로 올라 지금과 같은 이익을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집값이 조정될 때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도 “지금 집을 사면 4, 5년 뒤에도 지금처럼 집값이 올라야 투자 수익이 생기지만 앞으로도 이렇게 집값이 급등하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했다.
정부 정책으로 집값이 떨어질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지금이라도 내 집 마련에 나서라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주택도시연구원 지규현 책임연구원은 “정부에서 공급 확대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 공급까지는 시간이 걸려 선언적 의미 이상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동산컨설팅업체 유엔알 박상언 대표는 “정부가 값싼 분양가로 아파트를 내놓으면 청약 과열로 이어져 당첨되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지금이야말로 집을 구입하기 좋은 시기”라고 주장했다. 오를 때는 많이 오르고 내릴 때는 찔끔 내리는 집값의 특성상 낮은 분양가가 시세 자체를 끌어내릴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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